'왕'이 된 지자체장들…"견제없는 권력, 구조적 문제"

[the300]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신고 7시간여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사건에 연루된 3번째 지방자치단단체장이다. 

대권 잠룡들의 필수코스로 여겨지던 지자체장들이 잇따라 '추문'에 휩싸이는 것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이이란 분석이 많다. 



대권도전 필수코스 지자체장


안희정 충남지사(왼쪽 위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남경필 경기지사/사진=뉴스1

지자체장은 대권가도로 가는 필수코스처럼 여겨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발판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더욱 그렇다.

2017년 19대 대선 레이스에서 각 정당 경선에 참여했던 주자 15명(민주4·한국4·국민3·바른2·정의2) 중 6명이 현직 지자체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최성 고양시장,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 바른정당(현 미래통합당)에선 남경필 경기지사가 현직 지자체장으로서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

대선의지를 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전직 지자체장까지 더하면 사실상 11명이 19대 대선도전에 나선 셈이다.



안희정·오거돈 이어 박원순까지...지자체장 '추문'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형 집행 정지 기한에 맞춰 광주교도소로 들어가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수행 비서 성폭행 혐의로 복역 중 모친상을 당해 검찰로부터 형 집행 정지 신청을 이날 오후 5시까지 허가받았다. 2020.07.09. sdhdream@newsis.com

지자체장은 이처럼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에게 인기있는 자리다. 지자체장으로서 경험한 실무와 행정 능력을 통해 대권의 꿈을 뒷받침해주는 자리로 불린다. 

그러나 지자체장이 되면서 각종 추문에 휩싸이는 사례가 많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대표적이다.

안 전지사는 2018년 8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풀려났지만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안 전 지사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지난 4월 비서를 강제 추행한 사실이 폭로되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박 시장도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의회도 1당 독식…견제받지 않는 지자체장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강제추행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이후 대기장소인 부산 동래구 동래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2020.06.02. yulnetphoto@newsis.com

지자체장들이 이처럼 성추문에 휩싸이는 것은 지자체장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지자체장은 독립된 예산을 집행하고 각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지자체에서는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밖에 없고 이로인해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하나의 왕국이 설립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지자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이 지방의회에서도 다수를 차지할 경우 지자체장은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오 전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2018년 지방선거이후 부산시의회는 47석 중 민주당이 41석을 차지하고 있다. 통합당은 5석, 무소속은 1석 뿐이다. 시의회 의석의 87%를 민주당이 차지한 셈이다.

지난 총선 직후 사퇴한 오 전 시장은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사건공개와 사퇴시기를 조율했다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상 부산시와 의회를 모두 한정당이 장악해 조직적인 압력과 회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서울시의회 역시 110석의 의석중 102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통합당은 6석, 정의당 1석, 민생당 1석 뿐이다. 전체 의석의 92%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통합당 의원은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며 "지자체장이 승진이나 보직에 대해 직접 권한을 갖고 있다보니 영향력이 매우 크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조직과 달리 규모가 작다보니 지자체장과의 '관계'에 더 민감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이 문제아니라 운동권 속성"이라는 주장도


 
지자체장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권의 특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자체장 출신인 한 통합당 의원은 "지자체장이라는 자리의 문제라기보다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운동권 세력의 도덕성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좌파의 특성"이라며 "소속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 속에서 이런 문제들을 '쉬쉬'하는 경향이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도 "민주당에서 지자체장뿐만 아니고 국회의원들도 이같은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 않냐"며 "반대로 과거 많은 지자체장들이 있었지만 이런 현상이 없지 않았냐. 이것은 지자체장의 속성이라기보다 운동권의 속성"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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