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건, 한국 도착…중재 vs 대화거부 사이 입장차 좁히나

[the300]외교차관대화·북핵수석협의 잇따라..靑 방문 주목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마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17. mangusta@newsis.com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 담당자,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입국했다. 남북미 대화 실마리가 열릴지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부장관으로 승진한 뒤로는 처음이다. 그는 2박3일 국내일정 중 청와대, 외교부 등과 접촉하면서 북미대화는 물론 한미 현안을 조율할 전망이다. 

그는 8일 외교부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후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도 나선다.

청와대 방문도 예상된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지는 불투명한 가운데, 적어도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북미 대화재개를 위한 묘수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새 외교안보라인과 상견례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이 서훈 실장에게 현재 북미 정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는 비건 부장관 방한 목적에 대해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했다. 비건·서훈 사람은 각각 미국의 대북특별대표, 한국의 국가정보원장 시절부터 교감을 나눠왔다. 

비건 부대표는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선 주요 양자 현안을 논의하고 역내·글로벌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특히 교착 상태인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EPN), 주요 7개국 확대 정상회의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본부장과 마주앉는 것은 지난 달 중순 이 본부장이 극비리에 미국을 찾아 비건 부장관과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뒤 한 달여 만이다. 양측은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과 한미 워킹그룹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 평가 공유 및 상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북미 대화 거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거부했지만 사실상 미국에 '의미있는 조건 제시'를 요구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 담화에서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며 "때 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설과 관련하여 얼마 전 우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하였다"고 했다.
[평택=뉴시스] 이영환 기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탑승한 비행기가 7일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2020.07.07. 20hwan@newsis.com

최 제1부상은 앞서 4일 "긴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면 마주앉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편 우리 정부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EU(유럽연합)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대화 성사를 목표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북한의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비난했다. 권 국장도 "(최 제1부상의)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 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고 했다.

권 국장은 "사실 언어도 다르지 않기에 별로 뜯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 데만 습관돼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 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정신 나간) 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