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정은에 구두친서 통할까 "나도 아쉽다, 함께 장벽넘자"

[the300]6.15 20주년 靑회의-기념식영상에 메시지

김성휘 기자 | 입력 : 2020.06.15 19:34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6.15. dahora83@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더이상 긴장을 조성하지 말고 소통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 영상축사를 통해 잇따라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 부부장 담화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후 문 대통령의 육성으로는 첫 반응이다. 특히 김 위원장과 함께 했던 약속을 언급하는 등 김 위원장을 향해 말로 쓴 편지, 즉 구두친서라는 성격이 뚜렷하다.

이날 수보회의 모두발언에는 "평화"가 7차례, "합의"와 "남과 북" 표현이 각각 6차례 나왔다. 남북이 함께 한 합의를 지켜야 하고, 그 방향은 평화라는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날이 6·15 공동선언 20주년인 점도 강조했다. 자신이 김 위원장과 함께 만든 4·27 판문점선언, 9·19 군사합의는 김 위원장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합의한 6·15 공동선언의 흐름 위에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6·15 영상축사에서도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게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며 "장벽이 있더라도 대화로 지혜를 모아 함께 뛰어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대북강경론이 고개를 드는 것과 선을 그었다. 박정희정부부터 시작한 남북합의를 열거했다. 평화를 향한 남북합의는 정권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국회엔 판문점선언 비준을 포함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처럼 파국으로 내달리지 말고 함께 돌파구를 찾자는 발언이 의미 있으려면 결국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 북한이 기존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나서서 약속과 원칙을 재확인한 무게감은 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북한 지도부도 이해하고 대화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 봐달라"고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의 설득마저 통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4·27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회복할 여지도 찾기 어려운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구체적 제안보단 "대화로 풀자"는 원칙론에 그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남북관계는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대목은 결국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여러차례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취임 3주년에 '인간안보'를 화두로 남북간 재난방재, 보건의료 협력 여지를 열기도 했다. 특히 인간안보 협력은 비핵화 등 난제보다는 훨씬 피부에 와닿고 쉽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6·15 영상축사는 디테일에도 의미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27 때 판문점에서 사용한 연단을 다시 사용했다. 문 대통령의 넥타이는 20년전 김 전 대통령이 썼던 바로 그것이다. 이를 보관하고 있던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로 보내서 녹화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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