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보좌관 일 잘 해"…의원들까지 나선 보좌진 세일즈

[the300]

해당 기사는 2020-05-14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낙선한 한 의원실 앞에 사무실에서 내놓은 짐들이 쌓여있다/사진=뉴스1

"다른 길을 알아보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칠까 생각 중이다. 착잡하다" (미래통합당 8급 비서)

"4급 보좌관이 7급 비서까지 생각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4급 보좌관)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의원님들한테 '우리 보좌관 일 잘 한다'며 여럿 추천을 받았다. 주변 당선인들 얘기 들어보면 다들 그렇다"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

국회 보좌진 등록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난 13일, 통합당 의원실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역대급 구직난'으로 아직 다른 의원실로 임용이 확정되지 않은 보좌진이 많다. 

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은 4·15 총선 참패로 국회 의석 19개를 잃었다. 20대 국회 122석에서 21대 10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의석과 함께 의원실 보좌진 일자리도 함께 사라졌다. 국회의원 1명당 보좌진은 4급 보좌관(2명), 5급 비서관(2명), 6·7·8·9급 비서(각 1명) 등 8명이다. 통합당 의원실 보좌진 152명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일자리 실종'에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의원이 직접 '일자리 중개업자'로 발벗고 나서는 등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8‧9급 비서 자리 빼고는 보좌진 채용을 끝낸 통합당 초선의원은 "구직난으로 낙선, 불출마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좌진 추천이 많이 들어왔다"며 "고심 끝에 채용했지만 부족한 자리로 인해 뽑지 못한 사람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특히 비례대표로 당선된 미래한국당 당선인들에게 통합당 의원들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선거 캠프 관계자가 없어 보좌진 자리가 대부분 비어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은 "선거가 끝난 후 통합당 의원님들로부터 보좌관 추천 전화가 많이 왔다"며 "'우리 보좌관 일 잘 한다'는 전화를 3통 넘게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한국당 당선인들은 대부분 특정 직능 대표의 성격을 띠고 있어 보좌진 자리가 넉넉치 않다. 한 미래한국당 초선 당선인은 "예전부터 같은 분야에서 호흡했던 사람들을 보좌진으로 대거 채용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적을 결심하는 보좌진들도 생긴다. 최근 4급 보좌관 1명을 뽑는 민주당 의원실 채용에는 통합당 보좌진 10명 정도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타당 출신 보좌진에 '철벽'을 치고 있어 이마저도 어렵다. 지난달 24일 민주당은 윤호중 사무총장 명의로 '21대 총선 당선자 보좌진 구성 안내' 공문을 각 의원실에 보냈다. '타당 출신 보좌진 임용 시 정밀 검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공문에 '타당 출신 보좌진의 경우는 업무능력 외에 정체성, 해당행위 전력을 철저히 정밀 검증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통합당 보좌진은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회에서 우리 당 보좌진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음을 양지하라'고 강조했다.

다른 의원실로 이적에 성공한 한 통합당 4급 보좌관은 아직 구직 중인 동료 보좌관을 언급하며 "4급 보좌관이 5급 비서관으로 원서를 넣는 것은 그나마 낫다"며 "6급, 7급 비서까지도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官(관)' 달기(5급 비서관 임용)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보좌진 사이에서 구직난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직을 포기하는 보좌진도 나온다. 한 통합당 8급 비서는 "아예 보좌진 생활을 그만두는 분들이 많다. 특히 6·7·8·9급 비서들 3명 중 1명 정도는 국회를 떠나는 듯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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