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제주4·3 유족-경우회 화해 감사" 선거 오해는 '조심'

[the300]추념식·참배 후 오찬 없이 서울로

"죽은 이는 눈감고 산 자들은 손잡으라." (4.3 위령비에 새겨진 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에서 열린 제 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찾아 "진실에 바탕을 둔 명예회복이 국가의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 4·3이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 등 인류 보편적 가치로 만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에서 열린 추념식에 4·3 희생자 유가족, 지역사회 관계자, 정치권과 함께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20.04.03. since1999@newsis.com
문 대통령은 추념식에 이어 희생자 유해가 안치된 유해봉안관, 4·3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의 신위를 함께 안치한 영모원을 잇따라 방문했다. 

추념식장에서 걸어서 유해봉안관으로 가는 중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과 4.3 행방불명인 표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곳엔 2년 전 문 대통령이 제70주년 추념식 방문 당시 3400여 기가 모셔졌다가 현재는 3900여 기로 늘어났다.

영모원에서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위국절사 영현비, 한국전쟁·베트남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호국영령 충의비와 4·3 희생자 위령비 등을 모두 참배했다. 특히 위령비는 군경과 희생자 신위를 함께 안치했다. 

문 대통령은 설명을 듣고 "화해와 통합의 상징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강순민 하귀2리 발전협의회장은 "비 뒤쪽에 보면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으라’는 구절이 있다"며 "4.3의 정신이고 화해와 상생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제주 4.3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을 잡고 화해를 선언했다"며 현창하 전 경우회장을 소개했다. 경우회는 경찰출신들의 단체다. 

현 전 회장은 "사실은 앙숙으로 원수같이 적대감을 가지고 오랫동안 4.3 유족과 우리 경우회가 살아왔다"며 "아무런 조건 없이 사상이나 이념을 뛰어넘어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지 말자고 해서…저희들의 조그만 화해가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도 그렇게 되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함께 손을 잡았다니 (기쁘다)"라며 "또 그 손을 맞잡아 주신 희생자 유족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영모원 참배후 지역 관계자들에게 "추념식을 마치면 유족들 또는 생존희생자들과 함께 점심이라도 같이 하면 좋은데 지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자칫 잘못하면 그게 오해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오늘은 추념식만 하고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려고 한다"며 "유족분들께 잘 말씀 좀 해 달라"고 말했다.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2020.04.03. since1999@newsis.com

문 대통령은 송승문 제주 4·3희생자 유족회장이 "대통령 임기 내에 꼭 4.3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자 "추미애 장관님이 4.3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까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앞서 추념식 시작후 오전 10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묵념했다. 희생자의 영령을 위로, 추모하기 위해 제주 전역에 울리는 묵념 사이렌이다. 2018년 제70주년 추념식부터 이렇게 해 왔다.

문 대통령은 4·3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 개정에 대한 영상물을 본 후 화환과 동백꽃으로 헌화, 분향했다.

문 대통령 추념사에 이어 아라중 2학년 김대호 군이 유족 편지를 낭독했다. 김군은 할머니 양춘자 여사와 함께 신원확인 보고회에 참석했다. 양 여사의 부친 양지홍씨가 당시 희생자로, 김 군에게는 증조할아버지다.

김 군은 할머니의 고된 삶을 보며 미래세대로서 느끼는 감정을 얼굴도 모르는 증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에 담았다. 김 군이 낭독을 마치고 내려오자 문 대통령이 일어서서 그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2018년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 뒤 2년에 한 번은 참석한다는 입장을 가졌다. 이번 추념식은 코로나19 확산을 고려, 예년보다 간소하게 진행했다. 

2018년 1만5000여명이 참석한 데 비해, 올해는 그 100분의1 수준인 15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입장 전 발열 체크 등을 거쳤다.

희생자 유족회장 등 유족 60여명, 4·3평화재단 이사장, 제주 지역사회 대표 등 유관단체가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왔다. 정부관계자로는 추미애 법무장관, 지자체에선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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