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진영' 낙하산 탄 전문가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5회]④ 전문가들의 화려한 변신... 선거법은?

편집자주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모습. 대한민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4년마다 한번씩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한다. 이들은 이곳 본회의장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4년간 각 정당의 열성 지지자 등 '타락한 진영의식'에 휩싸인 정치 논리에 맥을 못춘다. 재선 등 다음 공천을 위해 자신이 쌓아온 명성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 4년전 비례대표로 국회에 온 조훈현 미래한국당 의원. 그는 바둑의 최고수란 의미의 ‘국수(國手)’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최고의 바둑 기사이자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였다.

하지만 요즘 조 의원은 ‘꼼수’ 정치의 최일선에 섰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2월6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조 의원을 제명하면서다.

법을 어기거나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기 위해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조 의원은 현재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바둑계 대표 조훈현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원로 바둑인으로 정치 입문해 번뜩이는 묘수 보여주지 못하고 꼼수 정치에 휘둘려 미래한국당의 볼모가 된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회엔 조 의원처럼 각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이 영입된다. 치열한 선거 대신 비례대표란 안전한 장치로 배지를 다는 경우가 많다. 각 당이 팔을 걷고 인재를 모으는 영입문화에 익숙하다.

참신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다보니 제대로 검증도 안하고 영입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린 ‘원종건씨 미투 의혹’이 대표적이다. 감동 스토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그 인물에 대한 자세한 검증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는 ‘공직선거법 47조’와 정확히 배치된다. 이 법을 보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나온다.

또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제공을 받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미 좋은 자리를 제안받고 영입되는 인재들에겐 이 법이 무용지물이다. 현재 인재영입 방식이나 비례대표 선발 방식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각 정당이 당헌 당규를 바꿔 개방형 비례대표제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공천 절차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화려한 ‘변신’이다. 이들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한결같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의도 문법에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초심을 잃는다. 소신도 없어진다. 공천권을 쥔 당대표 등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한다.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외부 영입은 그만큼 위험하다. 한국 정치의 가장 나쁜 관행이자 행태다. 국민 대표성 없이 갑자기 위로부터 낙점돼 진입한 이들 영입 정치인들의 행태는 진영 대결의 첨병들이다. 벼락 횡재로 국회의원이 되었기 때문에 차기 공천을 위해 더더욱 자기 진영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진영 이익과 진영 대결의 선두에 서게 된다.

정치를 그만둔 뒤에는 다시 돌변해 진영 대결을 비판하면서 국회와 정치 전반을 조롱하고 폄하한다. 외부 영입의 반복이야말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 각 영역들의 자율성을 해친다. 특정 진영의 도구를 자임해 영입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인사들의 무도덕성도 비판을 받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정치를 하려면 정당과 공공 정치영역에 가입해 현장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튼튼한 풀뿌리 기반을 가져야한다”며 “그래야 정당 지도부나 청와대, 진영 논리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입문화와 영입인사들이야말로 타락한 진영의식의 한 현실이자 도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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