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금태섭 버리고 '친문' 황운하 살린 이해찬의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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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2.16./사진=홍봉진 기자

'친문'(친문재인) 핵심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 전체를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성'을 표방하는 민주당이지만 당내 비주류가 설 자리는 없다. 소신파의 공간이 점차 좁아진다는 얘기다.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탈락한 금태섭 민주당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반대 등의 '소신' 행보로 친문 핵심 지지층의 반감을 샀던 인물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19.10.7/사진=뉴스1

금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엔 당초 금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금 의원 단수 후보 지역구가 됐다.

정 전 의원이 낙마하면서 서울 강서갑은 금 의원의 단수 공천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추가공모를 통해 판을 흔들었다.

추가공모에선 보란듯이 '조국백서'의 필진인 김남국 변호사가 등장했다. 금 의원이 조국 사태 당시 비판적 의견을 나타냈음을 고려하면 친문 성향의 대항마가 등장한 셈이다. 

김 변호사 '자객공천' 논란에 금 의원은 "조국 수호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조국 대 반조국', '친문 대 비문'의 프레임으로 연일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김 변호사를 경기 안산단원을에 전략공천했다.

김남국 변호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2.07./사진=뉴시스

정 전 의원, 김 변호사가 지나간 자리엔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이 등장했다. 금 의원으로선 이미 두 번에 거친 힘겨운 싸움 끝에 세 번째 경쟁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결국 금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유권자 여론조사 모두에서 강 전 부대변인에게 졌고, 경선에서 탈락했다. 강 전 부대변인은 여성이자 정치신인으로 가산점도 받았다. 

정치권에선 금 의원의 패배를 '비문의 패배'로 규정한다. '원외'인 강 전 부대변인이 '현역'인 금 의원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친문 핵심 지지층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 

강 전 부대변인은 서울 강서갑에서 지역 활동을 시작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정치신인이다. 당내 인지도도 높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선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 대부분이 강 전 부대변인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이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4/사진=뉴스1

친문 핵심 지지층의 힘은 다른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금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날 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은 대전 중구 경선에서 승리했다.

황 전 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있으면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밖에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인물 가운데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경선에서 승리했다.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북 익산을에,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울산 중구에 각각 공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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