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농심(農心)이냐? 재정이냐?…공익형직불제 '쩐의 전쟁'

[the300]WTO 개도국 지위 상실 이슈와 맞물려 확대개편 필요성↑…문제는 '돈'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주요농산물공공수급제, 채소가격안정예산 확대, 직불제개혁과 쌀값 보장 근본대책 등을 촉구하며 상여를 태우고 있다. 2019.9.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익형 직불제’ 개편안 논의가 26일 또 불발됐다. 문제는 ‘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추후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때 함께 논의키로 했다. 

농해수위는 이날 농림축산식품소위원회를 열고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골자로 하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9건의 관련법안을 심의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에 편중된 현행 직불제를 품목·지목 구분없이 지급하고 종·소규모 농업인의 소득을 높여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현행 직접지불제는 시장개방에 따른 농가피해보전을 위해 2005년 도입된 이래 농가소득 안정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쌀 이라는 특정 품목에 집중되다보니 쌀의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전을 받다보니 농가들이 다양한 작물을 키우기보다는 쌀 농사에만 매달리는 폐단이 생겼다.

또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다 보니 3㏊ 이상 경작하는 상위 7% 농가가 전체 직불금의 38.4%를 받아가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배제’ 발언으로 공익형 직불제는 다시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개도국 지위를 잃을 경우 한국은 농업분야 매기던 높은 관세를 낮추고 보조금 규모도를 줄여야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직접 지불제와 달리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농업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가능성을 시사하면 보조금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는 농민단체 등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재정규모다. 농해수위 여야간사단은 지난 1월 2조4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 규모로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책정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2조2000억원 규모로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편성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농촌을 지역구로 둔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심’(農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소위에서도 야당의원들은 3조원 규모로 편성하자고 주장했다. 지역유권자도 고려하면서 국가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는 여당의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상이다.

결국 여야는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법안을 함께 논의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이날 소위를 마무리 지었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 이슈로 인해 쌀 목표가격 협상도 무산됐다. 쌀 목표가격은 지난 2005년 쌀 수매제도를 폐지하면서 도입한 농가 소득 보전장치다. 

쌀값이 목표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의 85%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5년 단위로 조정되는 쌀 목표가는 2005년 80㎏당 17만83원으로 처음 설정됐다. 이후 2008년 동결을 거쳐 2013년 18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지난해 10월 쌀값이 목표가격을 넘어선 19만3188원까지 오른 상황이라 쌀 목표가를 재조정해야한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야는 이날 소위에서 쌀 목표가 합의에 실패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 소위에서 쌀 목표가로 21만원 이상을 제시했는데 야당 의원들 간 의견이 갈리면서 당론을 정해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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