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입법·예산 '막강 권한' 상임위원장…이유 있는 '불꽃 경쟁'

[the300](종합)'순번제' 관례 따라 마지막 상임위원장 라인업…'알짜' 상임위, 여전히 진통

해당 기사는 2019-07-11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의 모습 /사진=홍봉진 기자

4년차 국회서 상임위원장이란…불꽃 경쟁에 이유 있다
-'순번제' 관례 따라 마지막 상임위원장 라인업…'알짜' 상임위, 여전히 진통

#20대 총선을 1년 앞둔 2015년 5월, 19대 국회 마지막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새누리당 3선 김재경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맞붙었다. 두 의원은 
법조계 선후배이자 당내 계파 역시 같은 친이(親이명박)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두 의원의 예결위원장직을 위한 싸움은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주 의원의 막판 양보로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게됐지만 서로 진실공방을 벌이며 감정싸움까지 가는 양상을 보였다.

21대 총선을 9개월 정도 남겨둔 2019년 7월, 총선 전 마지막 상임위원장직을 얻기 위한 '이전투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자유한국당 몫인 예결위원장자리를 두고 황영철 의원과 김재원 의원이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직을 두고도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미국은 '전문성'…한국은 '순번제'=
 미국 의회의 상임위원장은 전문성을 중시한다.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오래 활동해 전문성이 높은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다선 순번제'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주로 3선 의원들이 돌아가며 위원장 의자에 앉는다. 그러다보니 다선 의원이 많은 경우 '2년 임기'를 쪼개 1년씩 맡는 경우가 적잖다. 

한국당이 지난해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할 때 이 방식을 택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는 안상수·황영철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에는 강석호·윤상현 의원, 국토교통위원장에는 박순자·홍문표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는 이명수·김세연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는 홍일표·이종구 의원 등을 정한 뒤 1년씩 맡는 것으로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기획재정위원장을 3선의 정성호·이춘석 의원이 1년씩 나눠 맡기로 했다. 행정안전위원장과 여성가족위원장에는 재선 인재근·전혜숙 의원이 1년씩 교차로 번갈아가며 맡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다른 상임위는 모두 정리가 됐다. 

◇'이전투구' 양상 보이는 예결위·국토위원장 자리 =
그러나 예결위원장과 국토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갈등이 진행중이다. 예결위원장 직에는 김재원 의원이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상임위원장 결정 당시 검찰기소로 당원권이 정지돼 상임위원장 배분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저는 당시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황 의원 측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토익 시험을 못봤다고 토익시험 자체가 무효인 것이냐는 논리를 편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며 5일 의원총회 경선을 통해 예결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황 의원은 후보 등록을 하기는 했지만 경선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경선 강행 시 탈당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는 박순자 의원이 지역구 현안이 있다는 이유로 위원장직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합의에 따라 홍문표 의원에게 위원장 직을 넘기기로 돼 있지만 박 의원은 이에 따르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상임위원장 사임 표명은 당사자만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해임권한이 모호한 규정을 근거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설득을 위해 박 의원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박 의원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전 지역구 현안·사업 확보할 마지막 '찬스'…'계파'간 힘대결 양상도 =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린다. 3선 이상 의원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은 거쳐야할 '관문'처럼 여긴다. 명예뿐 아니라 권한도 막강하다. 상임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취소할 수 있다. 상임위원장이 반대하는 법안은 법안소위에 상정하기 조차 어렵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상임위원장 권한은 의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역구 현안과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확보할 힘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마지막 찬스이기 때문이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으로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국토교통위원장직을 두고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지는 이유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한해 예산의 심사 전반을 지휘하다보니 본인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일은 식은죽 먹기다. 예결위원장은 새해 예산의 증·감액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인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장도 겸한다. 

19대 국회 첫 예결위원장을 맡았던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안에 없었던 지역구 신규 사업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해 60억원 이상의 예산을,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정부 예산안 심사 당시 지역구 공영주차장과 자연휴양림 조성 사업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증액해 냈다.

20대 국회에서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예결위원장 시절 지역구인 광명 아동보호 전문기관 신규설치 예산 4억4400만원을 증액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도 어유정항 접안시설 정비 예산 23억1000만원과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예산 10억원 등을 챙겼다.

예산시즌이 되면 예결위원장실에 앞에서 의원들도 줄을 서 기다린다. 의원들 입장에서도 예결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민감한 문제다. 계파 문제도 깔려 있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 획득을 위해 위원장이 힘을 실어줄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상임위원장 배분과정에서 지난해 합의에 따라 정리하기로 의총에서 추인하면서도 예결위원장 직 만큼은 합의를 깨고 경선에 나선 배경이다. 

한 한국당 재선 의원은 "핵심요직을 비박계인 황영철 의원에게 내줄 수 없다는 당내 기류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②특활비 폐지돼도 "한번은 꼭"…'금배지'가 욕심내는 상임위원장
예산 확보부터 지역 민원 해결까지 '금전적 혜택' 그 이상…'입법 제동'도 가능

지난해 국회는 국회의장과 원내교섭단체, 상임위원장, 특별위원회(특위) 위원장 등에 지급하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폐지했다. 올해 예산부터 특활비 명목의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금전적 혜택은 줄었지만 상임위원장이 되려는 경쟁은 치열하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잡음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상임위원장이 금전적 혜택 그 이상의 혜택이 기다리는 자리라는 점이 치열한 경쟁의 이유다.

◇'국회의원 의정 활동의 꽃'…쟁점 법안 제동도 가능=국회 상임위원장과 특위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회의 진행 권한을 갖는다. 국회법 제49조 1항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특위 위원장은 각 위원회의 대표자로서 회의 진행과 회의장 질서 유지권, 개회 일시를 정할 권한 등을 가진다. 위원장 판단에 따라 개의·정회·산회 등 회의의 개최·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회의 안건이나 의원들의 발언 시간과 횟수도 위원장이 정한다.

단순한 직무인 것 같지만 행간에 숨은 권한은 막강하다. 여야 합의 하에 상임위에서 안건 심의가 이뤄지는 구조상 쟁점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등에서 여야 충돌이 발생하면 위원장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안건을 회의에 올리지 않거나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한쪽 정당 의원들에게 발언권을 더 줄 수도 있는 셈이다. 제동을 걸고 싶은 안건이 있을 경우에는 회의를 열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관철시켜야 하는 법안이 있을 때에는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패스트트랙 안건들이 소관 위원회에서 처리된 것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다.

지난달 말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자유한국당이 두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을 달라고 민주당에게 요구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국당이 둘 중 한 곳의 위원장을 맡아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뺏겼던 주도권을 찾겠다는 취지다.

'상원'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는 법사위의 경우 이처럼 위원장의 권한이 커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여당 주도로 한국당 없이 처리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을 법사위에서 상임위원회로 반려하겠다고 지난달 26일 선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진통 끝에 통과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안건 상정 거부로 법사위 문턱을 넘는 데 난항을 겪은 일이 있었다.
◇법안 운명 쥔 위원장…지역 민원·예산 확보에 강점=위원장이 법안의 운명을 쥐고 있는 만큼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공기업, 산업계 등에 위원장의 영향력도 적잖다. 각 상임위마다 소관 부처나 기관이 추진하려는 중점 정책 관련 입법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법안 상정 여부를 관장하는 위원장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원장을 할 경우 자신의 지역구 민원 처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부와의 소통이 좀 더 수월한 만큼 차기 선거까지 염두에 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큰 이점이 된다. 상임위원장실과 일반 의원실을 모두 경험한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확실히 상임위원장실에서 정부 부처나 관계 기관과 만나고 소통할 일이 더 많다"며 "그만큼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안건 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맡으면 지역에 뿌릴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거나 지역 민원 관련 입법 안건을 올리기 수월해진다. 예를 들면 지역에 도로나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현안이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으려는 식이다. 예산안 처리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직은 특히나 이런 점 때문에 '꽃 중의 꽃'으로도 불린다.

이 때문에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일례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되자 민주당에서 사임을 요구하며 견제하기도 했다.

◇액수는 줄었지만…예우와 혜택 여전=상임위원장들이 받는 물질적 혜택도 적잖다. 지난해 특활비 폐지로 상임위원장들이 월 600만원씩 받던 현금성 특활비 예산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임위원장 몫으로는 국회의원 월급 외에 추가 예산이 지원된다.

한 달에 받는 액수는 200만원의 사업추진비와 기타 운영비 100만원 등 월 300만원이다. 용처 증빙이 필요하지만 '위원회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위원장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상임위원장들은 국회 안 공간도 더 넓게 쓸 수 있다. 의원회관 사무실 외에 본청에 별도의 위원장실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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