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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기자

남북미가 북핵 해결의 큰 틀을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잡는다면 다음 과제는 이 판에 중국을 앉히는 것이다. 정전선언의 당사국인 중국은 남북미간 종전선언까지는 용인하고 있지만 평화협정에선 다르다. 한자리를 요구할 태세다.

중국은 미국과 G2 체제의 한 축으로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다. 당장 한국과 미국이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한 주한미군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정당한 안전 우려를 해결해야 한반도 지역의 영구적인 안정이라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빠르게 경제 이슈로 전환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입장에선 중국이 이질적인 협상 상대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빌미로 '경제'를 제외한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경우 협상이 틀어질 수도 있다. 빨리 복구가 되긴 했지만, 중국이 북한의 대리인 격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예 협상판을 뒤엎었던 사례 역시 이미 경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협'이라는 원심력을 이용해 중국을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프로세스 테이블로 유인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굳건한 한미동맹, 북한과 신뢰관계 속에 남북미 대화를 중재해 왔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언제든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전하며 경제적 평화체제 구성에서의 역할을 당부했다.

또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면 철도, 가스 등의 협력을 최우선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러에서도 이런 경협과 관련한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남북미일러'로 일종의 스크럼을 짠 후 중국을 유인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에는 안보 이슈와 관련해 일종의 '퇴로'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내 위상에 손상이 가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주한미군 등의 이슈를 일단 뒤로 제쳐둔 다음, 6자간 경협에 매진하는 모양새가 좋은 그림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결이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됐었다.

북한이 일방적 친중 노선에 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역시 호재다. 최근 북중관계 개선의 경우 '밸런스 맞추기' 용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최대한 많이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김 위원장의 균형외교 전략이지, 친중에 올인하겠다는 태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미일러 스크럼과 북한의 균형외교를 통해 중국이 향후 무난하게 평화협정 협상에 임하게 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인도(카슈미르), 베트남(남중국해), 일본(댜오위다오) 등 친미국가들과 분쟁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북한이 친미로 돌아선다면 전선의 한 축이 완전히 무너지는 격이 된다. 북한의 친중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를 매개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지나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을 인정할 것"이라며 "중국도 주한미군을 현상으로 인정하고, 방위적인 미군의 주둔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평화유지군의 지위로 미군이 당분간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