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각각 실무 협상단 대표로서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여기에 색을 칠해 구체화 시킨 실무 사전 협상 주역들이 있다. '무엇'을 논의할지 의제 협상단과 '어디서'·'어떻게' 협상할지를 구상한 의전·경호 담당들이다.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 같아도 그림자처럼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씬 스틸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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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머리 맞댄 성 김-최선희=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정해지자 북미 정상이 '무엇을' 논의할지가 관심사로 급 부상했다. 이를 조율하는 핵심 인물들이 주한미대사 출신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판문점에서 총 네 차례 의제 관련 실무 협상을 했다. 서울 출신이자 미 행정부 내 한반도 문제 '해결사'인 김 대사가 협상 실무자로 방한했다. 그는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머물며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을 찾아 최 부상과 만났다.
김 대사와 최 부상 모두 각각 북한과 미국에 정통하다는 점이 실무자로 뽑힌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6자회담 특사로서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다. 방북 경험만 12차례라고도 알려졌다.
최 부상 역시 미국과의 협상 경력이 적잖다. 6자회담 등 주요 협상에서 북측 통역을 맡을 정도로 영어 실력도 유창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준비 과정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북미회담을 재고려하겠다는 압박으로 협상에 걸림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내 미국통인 만큼 의제를 논의하는 중요 국면에서 최 부상이 선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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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동선 구상…'선발대' 헤이긴-김창선=북미정상회담 구상을 실제 '싱가포르'라는 무대에 올리는 '프로듀서' 역할은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비서실장과 김창선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회 부장이 맡는다. 의전·경호 총책임자로서 회담 장소와 북미 정상의 회담 당일 동선 등을 긴밀히 협상한다.
헤이긴 부비서실장과 김 부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선발대'로 싱가포르에 머물며 회담 당일 구체적인 진행 방식 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부터 총 4차례 만났다. 김 부장이 헤이긴 부비서실장 등 미국 측 대표단의 숙소인 센토사섬 호텔을 방문하는 등의 형태로 회동이 이뤄졌다. CNN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두 사람이 지난 1일 오전까지 김 위원장의 '참매 1호' 비행과 기자회견 방식 등 각종 세부사항을 대부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같은 역할을 한 이유는 각각 백악관과 김정은 일가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해온 인물이어서다.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8)에서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일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만 두 명을 보좌한 셈이다. 김 부장은 '김정은 일가의 집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2대에 걸쳐 두 위원장의 손발이 됐다.
그만큼 두 사람 모두 각종 정상급 회담 준비 경력이 돋보인다. 헤이긴 부비서실장의 경우 지난달 초 북한 억류 미국인 3명의 송환이 이뤄진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의 사전 준비에도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 역시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의전·경호·보도 관련 실무 회담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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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면 안 될 '막후 실세'들=이번 회담 국면에서는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은 '씬 스틸러'들도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그림자'로 알려진 앤드류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이 한 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며 회담하던 테이블에도 김 센터장이 모습을 비췄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센터장은 대북 전략의 물밑 협상을 담당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폼페이오 장관의 첫 방북 전부터 일찌감치 평양에 들어가 실무 조율을 했던 당사자로도 전해진다. 북한 매체를 통해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을 함께 면담하는 장면도 보도됐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북미정상회담의 '숨은 공신'이다. 그는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막을 맞아 방남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넸다. 10여년 간 단절됐던 남북 관계가 해빙되는 신호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김 부부장이 이같은 역할을 했던 것은 그가 김 위원장의 '핏줄'이라는 점이 컸다. 최측근 중의 최측근이기에 김 위원장 뜻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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