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핫이슈로 '지방분권' 내민 文 대통령, 비밀번호 2·4·7·3

[the300][런치리포트-내삶을바꾸는개헌]지방분권 ①

해당 기사는 2017-10-27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방분권 개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꺼낸 개헌의 화두는 지방분권이다. 문 대통령은 전남 여수에서 시도지사 간담회를 열고 이곳에서 개최된 지방자치 박람회에도 참석, "촛불혁명에서 확인한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분권은 국정운영의 기본 방침"이라며 "주민이 직접 생활 문제에 참여하고 해결하는 자치분권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국민의 삶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화두는 제2 국무회의 제도화, 4대 자치권리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한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적어도 7대3이 되도록 지방세를 늘려 재정분권을 이루겠단 구상이다.

 

◇제2 국무회의·4대 자치권 보장 개헌 = 지방분권은 문 대통령의 오랜 꿈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한 탓에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낙후·피폐해졌다는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불균형' 탓에 사회 문화적인 차별도 생긴다. 수도권은 이른바 1등 국민, 지방은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삼았다. 실현 방법은 ‘투 트랙’이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명문화하고 개헌이 아니라도 가능한 정책은 정책대로 추진한다. 

 

개헌 사항으로는 우선 제2 국무회의 제도화가 꼽힌다. 중앙 지방간 역할·재원의 배분을 현행 중앙정부 국무회의만으로 소화할 수 없다. 현재 헌법은 국무회의 구성원과 역할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제2 국무회의를 법제화할 수 없어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 형태로 단체장들과 만나는 회의체를 우선 가동 중이다. 

 

개헌으로 제2 국무회의가 보장되면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국무총리와 17개 광역시도지사,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와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또하나의 국무회의를 열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대선기간 내세운 공약을 문 대통령이 수용한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에 보장하는 방안도 내놨다. 헌법 속 '지방자치단체'란 표현을 '지방정부'로 고치는 것도 있다. 상징적이지만 중앙-지방간 위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개헌 사안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전남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에 참석, 전북홍보관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함께 스카우트 경례를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2017.10.26/뉴스1

◇국세:지방세 7:3 거쳐 6:4로= 지방분권을 위해 헌법만 고칠 일은 아니다. 개헌으로 보장한 일을 법제화하는 것은 물론, 개헌 이전이라도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분권을 추진할 대목도 적잖다. 

 

우선 국가 기능의 과감한 지방이양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부터 포괄적인 사무의 지방 이양을 위한 지방이양일괄법의 단계별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 등 파급효과가 큰 기능 중심으로 지방에 차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제2 국무회의가 다룰 사안과도 연계된다. 4대 자치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나면 관련 법률도 개정해야 한다.

 

재정분권은 무엇보다 지자체들의 요구가 강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 박람회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대목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지방재정 건전화 방법은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기부하면 기부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고향사랑 기부제법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치경찰제, 교육지방자치 등 지방자치의 영역도 확대한다. 문 대통령은 권한과 재정을 지방에 분산하고 나면 이를 토대로 경찰, 검찰 등 권력기관의 분권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한묶음으로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자치분권 추진 과정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발전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을 사람과 자본의 '블랙홀'로 둬선 안 된다며 그 대안으로 강력한 혁신도시 사업 추진을 꼽았다.

 

◇전남 여수에서 지방분권 화두, 왜 = 개헌을 포함,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구상이 새로운 건 아니다. 오히려 이날 발표의 '타이밍'이 상징적이다. 지자체장들을 포함한 협의기구들은 지방자치 박람회를 계기로 지방분권 실현을 바라는 여수 선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 간담회 두번째 자리를 이곳서 열면서 여수 선언에 힘을 실었다.

 

지방분권 카드는 정치적으로는 개헌이 대통령 4년중임제, 혼합정부제 등 권력 구조 개편에만 매몰되지 않게 하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그간 대통령 임기 위주 개헌 논의는 정략적인 걸로 여겨져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대중적 지지기반, 지방의 강력한 요구를 바탕으로 지방분권을 개헌이슈로 던져 정치권 논의를 자극하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자치박람회 인삿말에서 "지난 대선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치권의 합리적이고 신속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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