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경쟁으로 내몰지만 희생된 사람에게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경쟁만 부르짖는 정치 지도자와 경쟁에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재벌기업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긴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되기 1년 전인 2011년 4월, 본인 블로그에 남긴 글(한 인터넷매체에 기고한 칼럼)의 한 대목이다. 진보 경제학자로 활동하던 그의 눈엔 주로 소외계층과 약자들이 보였다. 2012년 19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경제민주화를 위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라고 했다.

학자 시절부터 ‘재벌개혁’을 외친 홍 후보자는 의원이 된 뒤 중소기업을 위한 법을 많이 발의했다. 이중 ‘홍종학법’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법 2개가 있다. ‘면세점법’과 ‘맥주법’이다. 홍 후보자가 법을 만든 이유는 오직 하나, 중소기업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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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법’, 황금알 낳는 거위배 갈랐다? = 홍 후보자는 중소업체들을 위해 2012년 11월 면세점법(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면세점 특허기간을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특허가 만료되면 반드시 관세청 입찰 심사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바꾼 게 골자다.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던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뒀을 때다. 개정안은 2013년 1월 본회의를 통과해 곧바로 시행됐다.

홍 후보자는 당시 "현재 면세점을 하고 있는 업체는 독점적 권리를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누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면세점을 하고자 원하는 업체가 있음에도 그런 업체들에게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국내 면세점은 정부가 1978년 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계속 성장했다. 대기업들은 면세점을 하나씩 갖고 있었고 해마다 수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10년 주기였던 특허권 재승인도 있으나마나 한 제도였다. 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자동적으로 갱신됐다.

하지만 2013년 1월 ‘홍종학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면세점들은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출혈 경쟁으로 지난해 문을 연 신규 면세점의 실적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때부터 면세점 업계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며 최근 감사원 적발에 이르기까지 가시밭길을 걸었다.

업계에선 “황금알이 가득 찬 줄 알고 거위의 배를 갈랐다”며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문제는 심도 있게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후보자는 이에 대해 “특허가 만료되면 다시 공정하게 모든 업체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간이 만료된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다른 업체와 경쟁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경제고, 국가가 부여하는 특허를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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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도 경제민주화를…”= 홍 후보자는 면세점 시장에 이어 맥주시장에도 경제민주화 바람을 일으켰다. 3개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맥주 시장에서 고사 직전인 중·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맥주법'을 홍 후보자가 주도했다. 그는 2014년 11월 소규모 맥주제조자 및 중소기업 맥주제조자에 대해 세율을 인하하고 외부유통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은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소규모 업체에 불리한 유통구조 개선이 핵심이었다. 소규모 맥주제조자들이 슈퍼나 편의점 등과 계약을 맺고 직접 물건을 공급해 최종 소비자들이 가정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규모 맥주업체에 적용되는 세율도 대폭 낮아졌다. 당시 여당의 거센 반대 등 우여곡절 끝에 2016년 2월 본회의를 통과했고 곧바로 시행됐다.

법 시행으로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도 다른 맥주 전문점이나 레스토랑 같은 일반 음식점으로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맥주를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게 되는 등 홍 후보자가 ‘맛없는’ 맥주가 판치는 국내 맥주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의 별명은 ‘맥주 대통령’이 됐다. 최근 각 지역에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이게 바로 ‘홍종학법’ 덕분이다.

홍 후보자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일반 맥주 제조자로, 중소 맥주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시장에 다양한 맛의 맥주가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위생문제를 제기한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이 아무래도 식품보건 당국으로부터 철저한 관리를 받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은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위생관리 시설 등을 통해 당국의 기준을 지키겠지만, 자금 사정이 열악한 업체들은 그게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맥주업체의 제조 위생관리는 유사한 발효주인 막걸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고 알려졌다"면서도 ”다만 대기업 수준의 철저한 위생관리 환경을 기대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이와 관련 "맥주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중소업체의 맥주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해 생산자 간 경쟁으로 오히려 품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