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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호 상명대 교수는 인터뷰가 있던 날도 자료를 한아름 껴안고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사진=우경희 기자

"폴리페서(polifessor)? 저는 그런거 잘 몰라요. 근데 그래서 경찰청 농구단 만들어 후배들을 보낼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폴리페서가 되겠습니다."

한상호 상명대 교수(스포츠학부)는 농구인이다. 명지고와 한양대에서 농구선수 생활을 하다가 부상으로 조기 은퇴했다. 농구공만 잡던 손으로 펜을 잡았다. 학위를 따는 한편 지도자의 길로 들어 경북과학대와 상명대에 잇따라 농구단을 창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도자의 길을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후배들의 군대 문제에 고민이 닿았다.

학생 농구선수들이 운동과 병역을 동시 수행할 있는 길은 국군체육부대(상무)가 유일하다. 상무에 입단하지 못하면 일반역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지만 직업 체육인의 길을 가는 학생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경력단절이 될 수밖에 없다. 상무 외에 경찰청이 팀이 운영 중인 야구나 축구와의 차별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 교수는 "농구공을 잡던 손으로 총을 잡고, 삽을 잡고, 걸레질을 하게 되는데 단 하루를 쉬어도 감이 떨어지는 체육의 세계에서 선수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엘리트 선수들만 상무에 들어가게 되면 그러지 못한 선수들과 실력차가 더 벌어져 농구계에도 양극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한 교수는 국회를 찾기 시작했다. 국회 관계자들의 농구모임인 'abc' 감독을 맡아 네트워크를 다졌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에 선 닿는대로 민원을 넣고 만나기를 수십회. 국회 부의장실에까지 경찰청 농구단 창단 민원을 직접 제기했다. 프로농구연맹도 뜻을 같이했다. 경찰청이 농구단을 운영해주면 프로구단들을 통해 운영비용을 지원하는데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런데 사건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2015년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엄한 경찰청 농구단이 된서리를 맞았다. 농구단 창단 작업도 난항에 빠졌다. 하지만 한 교수는 낙담하지 않았다. 경찰청과 국회를 접촉하며 농구단 창단 작업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경찰청이 2016년 경찰국악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농구단 창단이 뒤로 밀렸다. 한 교수는 이 때도 낙담 대신 의지를 불태웠다. "그냥 그만두기엔 후배들 볼 낯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9부능선을 넘는 듯 했던 경찰청 농구단 창단 작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백지화 위기를 맞았다. 새 정부의 의무경찰 폐지 공약도 농구단 창단엔 악재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의무경찰이 폐지된다고 해서 우리 스포츠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는건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경찰청 농구단 창단은 체육계도 살고 인권경찰의 이미지도 기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농구단 창단 작업으로 정계를 오가는 그를 보고 폴리페서라는 손가락질이 뒤따랐다. 경찰은 그를 부담스러워했고 농구계에서는 창단하고 나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 교수는 "대학교수가 뭐가 아쉬워서 자리에 연연하겠느냐"며 "그만둘까 하다가도 영장을 받고 군대에 가서 휴가때마다 부모님의 식당일을 돕는 후배들을 보면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운동선수 병역비리 등 현실적 문제의 대안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축구와 야구선수들의 사구체신염 허위진단 병역비리 사건이 있었고, 병역비리를 막자는 취지로 경찰청 축구단과 야구단을 창단한 것"이라며 "노 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농구계에도 형평성이 적용될 수 있도록 경찰청 농구단의 매듭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