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2017.4.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득 양극화는 수년째 우리 사회의 화두인 양극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되면서 계층간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일부 고소득층이 특권을 독점하면서 저소득층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곧 엄청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4년에 나온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그의 주장이 대한민국 현실에 맞느냐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를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고 그중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핵심에 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대-중소중견기업 간 임금격차 축소 공약을 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임금격차 줄이자' 대권주자 진단 일치=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기업 임금수준을 대기업의 8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1인당 2년간 최대 12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공약을 보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다는데 진단이 일치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본적인 근로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견중소기업에 임금을 지원하고, 최저임금을 높이는 식이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숫자는 다르지만 대체로 이미 정부가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준비 중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처음부터 벌어졌던 건 아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일자리도 대체로 처우가 좋은 정규직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하지만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장그래프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소득양극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임금격차의 핵심인 대-중견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뿌리 깊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 기인한다. 개발경제 시기를 거치며 국내 제조업계에는 원하청 구조가 깊이 자리잡았다. 하청업체들은 원청 격인 대기업에 철저하게 종속된다. 생산기지로 변해버린 하청업체에 자체 R&D(연구개발)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종속이 심화되면 이익률까지 원청이 정해준다. 원청의 원가절감 요구에 맞추다 보면 임금을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관련 강연을 하고 있다. 2017.4.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회성 공약 아닌 대대적 제도개선 필요 = 중견중소기업 문화가 발달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국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소규모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이나 스위스에도 대기업은 존재한다. 하지만 인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견중소기업에 취업해도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과 복지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울타리가 중견중소기업을 철저히 보호하고 대기업으로의 종속을 예방한다.

중견중소기업 보호의 울타리가 약한 국내에선 취업난이 가속화될수록 인재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견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도 심해진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근로여건은 더 나빠진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 악순환이다. 임금격차가 소득격차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의 도화선이 된다.

항목 채우기 식 일회성 공약이 아닌 혁신적이고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그간 정부가 시행해 온 하청업체 임금지원 등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 예산투입 식의 처방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거다.

경기도에서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CEO는 "대부분 3차이거나 심지어 4차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은 정부가 근로자 임금을 지원해준다고 하면 원청과 1~2차 하청업체 눈치부터 봐야된다"고 말했다. 정부 제도 시행을 본 원청이 그 만큼의 원가절감을 요구할 경우 오히려 회사와 근로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는 "상식 이상의 원가절감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줄게 아니라면 대충 돈 몇푼 더 주는 지원제도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며 "다 바꿔줄거 아니면 그냥 우릴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