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낀 대통령 vs 서울대 출신 대통령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美 70년간 안경 쓴 대통령 당선자 없어…누가 대통령 되든 '안경' '서울대' 징크스 중 최소 하나는 깨져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두가지 속설이 있다. 첫째, 안경을 쓰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둘째, 서울대를 나오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사실일까?

적어도 지금까지 국민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 중엔 안경 쓴 사람이 없었다.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이 안경을 썼지만 각각 국회와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선거로 뽑혔다. 직선제 대통령 중에도 이명박,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재임 중 안경을 쓰곤 했지만, 선거기간 중엔 안경 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 출신은 어떨까?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48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해 졸업까지 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엔 대학에 갈 형편이 되는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다. 서울대라도 원서만 내면 들어갈 수 있던 때였다. 제도화된 대학 입시를 거쳐 서울대에 들어간 사람 중엔 아직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안경과 서울대의 징크스는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안경 징크스의 경우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안경 낀 대통령이 당선된 건 1948년이 마지막이었다. 동그란 안경을 쓴 해리 트루먼이 그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약 70년 동안 미국 국민들은 단 한번도 안경 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다. 국민들이 포스터나 신문이 아닌 TV를 통해 대선주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뒤론 안경을 끼지 않은 사람만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 전에도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안경을 쓴 사람은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우드로 윌슨 단 두명 뿐이었다.

왜 대통령 중엔 안경 쓴 사람이 드물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건 안경이 카리스마를 갉아먹는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대통령에게서 카리스마를 기대하는데, 안경이 그에 걸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7세 어린이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사진을 보여준 뒤 "누가 선장으로 있는 배를 타고 싶으냐"고 물은 결과 가장 많이 지목된 후보가 높은 확률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보여준다. 

그동안 서울대 출신 대통령이 없었던 데엔 '학벌'과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감이 한몫했다. 두차례의 대권 도전에서 모두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표적이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까지 지낸 이 전 총재에겐 이런 '초엘리트' 이미지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기득권층의 대변자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대선에선 안경 징크스와 서울대 징크스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깨지게 돼 있다. 5개 정당의 대선후보들 모두 적어도 둘 중 하나엔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안경을 썼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서울대를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안경을 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경을 쓴데다 서울대까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서울대 출신이다.

만약 안경과 서울대의 징크스가 영원불변한 법칙이라면 경선 결과부터 달랐어야 한다. 안경을 안 쓰고 서울대도 안 나온 바른정당의 남경필 예비후보나 한국당의 김진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했어야 한다.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시대가 바뀌면 징크스도 설 자리를 잃는다. 다음달초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안경과 서울대의 징크스 중 적어도 하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허경영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