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준비가 충실한 상태에서 출마한 것은 아니었다. " 황창화 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9일 지난해 총선 출마 선언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현역이던 안철수 의원이 당을 떠나면서 떠밀리 듯 출마했던 그다. 지역구는 "야권분열의 진앙"이 돼 버렸다. 그해 3월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다. 

그는 "당시 팟캐스트에 나가 '분열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집중부각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청취자들이 야권 지지자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주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반응이 뜨거웠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팟캐스트 들었다. 지지하겠다"는 얘기를 해왔다. 

팟캐스트 출연 이후 전국에서 후원금이 몰려왔다. 후원자가 1000명을 넘었다. 한도가 넘쳐 후원금 계좌를 폐쇄했어야 할 정도였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버즈량(언급량)은 4위에 오를 정도였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보다도 많았다. "팟캐스트를 들었다"며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안 의원과 새누리당 후보가 박빙의 상황이라는 종편의 보도가 선거 당일까지 이어지며 나를 찍으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표를 받지는 못했다"라며 "그러나 이 지역에서 선거를 치뤄봤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역 분위기는 이길 때의 그것이라고 했다. 캠페인 내내 행복했다"고 말했다. 

선거를 좌우하는 신무기가 팟캐스트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 노출이 가능해 후보들이 이미지 구축에 유리하다. 손쉽게 SNS 유튜브 등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영향력을 확인한 이후 팟캐스트는 정치의 생산기지이자 유통‧소비 기지다.

◇4·13 총선에서도 여전한 영향력…'이이제이 계파'? = 지난해 총선에서도 팟캐스트 바람은 여전했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미약한 초선 의원들과 부산 등 여권 강세 지역에 출마한 의원들이 인기 팟캐스트 '이이제이'에 출연해 톡톡히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운데 총선 직전 '이이제이'에 출연했던 사람은 14명이다. 

부산 남을 박재호 의원은 더300과의 통화에서 "부산은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팟캐스트 출연 이후 적극 지지층이 많이 늘었다"라며 "버스 정류장에서 명함을 나눠줄 때는 '팟캐스트 듣고 누군지 알게 됐다.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홍보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선 직후 이이제이 제작진들과 당선 축하 파티를 열기도 했다. 진선미(서울 강동갑)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강병원(서울 은평을) 김정우(경기 군포갑) 손혜원(서울 마포을) 등 9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신재관 이이제이 PD는 "당시 참석한 의원들끼리 '이이제이' 계파를 하나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팟캐스트의 지지층 결집효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는 결국 어느 당이 자기편을 더 투표소로 이끄느냐에 달렸다"며 "팟캐스트의 지지층 결집효과는 어느 미디어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 팟캐스트 관계자는 "보수쪽도 지난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팟캐스트를 꼽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재보선 강한 임팩트…1편 청취시 文 지지 가능성 24.8%↑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 칼럼을 통해 "이번 선거는 나꼼수에 의한, 나꼼수의, 나꼼수를 위한 선거였다"며 "'나는 꼼수다'에 의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너진 데 이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마침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까지 침몰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팟캐스트 '나꼼수'의 정치적 영향력을 체감한 것이 바로 당시 재보궐 선거였다는 지적이다. '나꼼수'는 당시 서울 시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에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해 박원순 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팟캐스트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 민영 고려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융합: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 팟캐스트의 효과'가 대표적 논문이다. 민 교수는 18대 대선을 전후해 1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2차례의 패널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민 교수는 논문에서 "'대선전 청취한 팟캐스트가 1편 증가할 때 대선 당일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약 24.8% 높아졌다"며 "18대 대선에서 정치 팟캐스트 청취가 진보적 성향의 후보에 대한 투표 의사를 높였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진행하는 이동형 작가는 "(보수 정권 하에서)야권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그것을 나꼼수가 대신해줬다. 그게 팟캐스트의 역할"이라며 "기존 언론이 해주지 못하는 역할을 지금의 팟캐스트가 대신하며 뉴미디어 혹은 대안미디어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