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학점별 등록금제, 탄력받나

[the300](이주의 법안)'2016년 8월4주'

편집자주19대 국회부터 시작한 '이주의 법안'이 20대를 맞아 시즌2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갈수록 법안 발의건수가 많아지면서 어떤 법이 가치가 있는 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법안 발의과정에서부터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한 주 간 주목할 만한 법안을 상임위 담당 기자로부터 추천받아 추가 토론을 통해 10건 안팎으로 선정합니다. 이 중 1건을 '핫액트'로 선정해 매주 금요일자로 분석합니다. 이주의 법안들은 연말에 있을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9학점 듣는데 300만원?…학점별 등록금제 탄력받나


#. 서울의 A대학 4학년인 김치영군(23·가명)은 2학기 등록금에 불만이다. 공무원시험 준비때문에 9학점만 신청했지만 학점을 가득 채운 다른 학생들과 같은 등록금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 군은 학교사무처에 등록금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차라리 휴학을 하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처럼 적은 과목을 신청하고도 동일한 등록금을 내야하는 대학 등록금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때마다 제기된 '반값 등록금'과 연계돼 입법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대학 등록금을 현행 학기제에서 학점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학기별 등록금을 일률 적용하다보니 적은 학점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은 신청학점 구간별로 등록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3학점 이하인 경우 등록금의 6분의 1, 4~6학점인 경우 등록금의 5분의 1같은 형태다. 일례로 한학기 등록금이 300만원인 대학에서 6학점을 신청한 경우 개정안 대로라면 전액이 아닌 60만원만 납부하게 된다.

개정안의 학점 구간별 등록금 적용 방식은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서 일부를 차용했다. 초과학기에 적용하는 규칙과 달리 정규학기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행 규칙은 정규학기인 8학기를 다니고도 졸업이수학점을 채우지 못했거나, 졸업 시점을 늦추기 위해 9학점 이하를 신청하는 경우 등록금의 절반에서 6분의 1까지 낮춰 낼 수 있도록 했다. 계절학기 등에서도 학점별 등록금제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학기 중에는 적용하지 않아 학생 사정과 무관하게 학적을 유지하려면 등록금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때문에 시험 준비나 파트타임 근무로 적은 학점을 신청해야 하는 학생들의 형평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징수 방식을 학기별, 학점별, 월별 등 학칙에 따라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실제 대학들은 학기별 등록금제를 고수하고 있다. 학기제 운영이 관리면에서나 재정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일부에서 도입했던 학점별 등록금제 적용 학교도 줄어들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학점별 등록금제가 적용되는 학교는 전국 19개 사이버대학에서만 적용 중이다. 산업대가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2012년 기준 23개에서 4개가 준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체감 할 수 없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 반박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하고 있다. 2016.4.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학점별 등록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대학의 기존 학기제 운영체제를 손질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학점제를 도입하면 8학기 중심의 현행 학기제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교육부의 논리다.

교육부 관계자는 "4년동안 주어진 인프라를 활용해 이수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된 교육체제를 손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대학 정원 문제 등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점별 등록금제는 사실상 부수적인 문제라는 설명이다.

학점별 등록금제를 도입하려면 대학 등록금에 대한 산정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기준 설정의 어려운 점도 걸림돌이다. 특히 등록금 원가 공개 없이는 학점제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평가다. 문제는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보단 학교측의 재정문제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원가 산정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을 주도한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학점별 등록금제 도입을 위해선 등록금 원가공개가 필수지만 현재 대학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그동안 대학이 등록금 인상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스스로도 원가가 얼마인지 확정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고 꼬집었다.


대학 "수입 예측 어려워"vs 대학생 "부담 완화 기대"


학기를 기준으로 정산하는 현행 대학 등록금 제도를 '학점당 등록금제'로 바꾸는 것과 관련, 교육부와 대학들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수요자인 학생들 조차 혼란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이미 대학들이 등록금 징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대학생들은 합리적인 징수 제도라며 찬성하는 분위기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점당 등록금제에 대한 수요는 막상 많지 않을거라는 전망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재정 수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제로 학점당 등록금을 도입했다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면서 "'한 학기에 얼마가 필요하겠구나'라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점에 맞춰 내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덕여대는 2001년 약대를 제외한 모든 학부를 대상으로 2년간(4학기) 학점당 등록금제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도입 과정에서 '과다 징수 논란'이 불거졌고, 학교측이 과다 징수 등록금 40억원 가운데 20억원을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기존에는 없던 제도를 도입하려다 생긴 '혼란'이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징수 방법 및 액수를 결정할 권한이 대학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학이 학칙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문제인만큼 법 개정 효과는 크지 않을거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법령으로 한다해도 각 대학은 등록금 관련 규정을 '학칙'이라는 그릇을 통해 담아내야 한다"면서 "법으로 (등록금 징수 방법의)선택지가 다양하다는걸 규정한다해도 최종 선택은 대학 자율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2조) 대학 등록금은 각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대학들은 한해 예산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학점당 등록금제를 반대한다. A대학 관계자는 "학기를 기준으로 징수하면 향후 수입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여러가지 장기 프로젝트도 운영할 수 있지만, 학점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정확한 원가 산출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상 불편함도 야기된다. B대학 관계자는 "학점별로 징수할 경우, 개별 학생 모두 학점과 등록금 등이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학 입장에서는 행정적으로 매우 불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점당 등록금제가 '대학의 학원화'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C대학 관계자는 "수업 외에 어학연수나 동아리 활동 등 학생으로서 캠퍼스에서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합쳐서 '대학 교육'이라고 명명한다"며 "'몇 학점만 들으니 돈을 딱 그만큼만 내겠다'고 하는 것은 대학을 학원과 동일시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D대학 관계자는 "'듣는만큼 내자'는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우는거라면 소위 만족도가 높은 강의는 더 비싼 돈을 주고 교양 과목은 돈을 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대학생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점당 등록금제를 초과학기 뿐만 아니라 의무학기(4년제는 8학기)에도 적용하면, 졸업에 필요한 학점만 이수하는 등 등록금을 초과로 내지 않아도 될거라는 입장이다. 대학생 김동희씨는 "몇백만원하는 등록금을 한번에 내다 보니 내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늘 의문이 있었다"면서 "필요한 학점만 신청하고 그에 따른 돈만 낸다면 등록금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학점별 등록금제' 국회 문턱 못 넘은 이유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실질적 반값등록금 공약이행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지역 총학생회 및 학생대표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대표자들은 "최근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는 광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가장학금이 가진 한계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고 등록금 인하를 통해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2016.3.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에서 대학 등록금을 학점별로 징수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 것은 19대 때부터다. 당시 민주당 백재현·우원식·정호준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관련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현행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들은 학기·학점별 또는 월별로 등록금 징수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있는데 대부분의 일반대학은 학기별로 징수하고 있다. 관련법 개정안들은 학기별 대신 학점별로 징수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소속 상임위원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데다 정부도 학점별 등록금제 도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학생 수나 재정여건 등이 다른 상황에서 학점별 등록금제를 어떻게 도입할 것 인지부터가 문제였다. 학점별 등록금제 도입에 따른 등록금 부담 완화 효과는 실제 학점별 등록금을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학점별 등록금이 높게 책정되면 일부 과목만 이수하는 학생은 등록금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전 과목을 이수하는 학생은 오히려 부담이 커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 2012년 9월 진행된 교문위 법안소위에서도 동덕여대 사례와 함께 이 같은 문제가 거론됐다.

동덕여대는 2001년 2학년부터 학점별 등록금제를 도입하면서 한 학기에 16학점을 이수하면 총 등록금과 같게 책정했다. 그 이상 학점을 이수할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등록금 과다징수 논란이 일었고 결국 2004년 학점별 등록금제를 전면 폐지했다.

당시 교문위 전문위원이었던 임진대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각 대학이 학칙으로 졸업이수학점을 130∼140학점으로 규정하고 있어 동덕여대와 같은 방식으로 등록금을 책정할 경우 전 과목을 이수하는 학생의 경우 등록금이 인상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학점별 등록금제는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 완화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점별 등록금을 교육비 원가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연간 등록금을 이수학점으로 나눈 수준으로 받게 되면 대학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서남수 전 교육부장관도 2013년말 교문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학점별 등록금제와 관련 “지금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형편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학점별 등록금제 등 10건, 이주의 법안 선정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을 신청한 학점에 비례해 징수하는 이른바 '학점비례 등록금제(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10건의 법안이 '이주의 법안'으로 선정됐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8월 4주차(22~26일)에 발의된 147건의 법안을 분석한 결과 10건의 법안이 발의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핫액트로 뽑았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업을 적게 듣더라도 학교에서 정한 등록금 전액을 내야하는 등록금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기간 7건의 법안이 발의된 운영위원회에서는 김철민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예정처 자료의 요구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예산정책처법 개정안'이 선정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집단소송 제기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이 선정됐다. 

또 정무위원회에서는 통신사, 카드사 등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 제휴할인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고용진)이,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대기업과 동일 적용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박주현)이 뽑혔다. 

이 외에도 2개 법안이 접수된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영해 및 접속수역법'(김도읍)이 선정됐다. 11건이 발의된 농림축산식품해양위는 '동물보호법'(황주홍)이, 16건의 발의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전기사업법(박용진)이 각각 이주의 법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각각 '청년고용촉진법'(조원진), 민간임대주택법(민홍철)이 뽑혔다. 

보건복지위(14건), 미방위(7건), 여가위(4건), 정보위(1건) 등은 선정 법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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