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여성을 의무 배치하고, 청년최고위원은 별도 투표로 뽑기로 했다. 당 대표로 권한을 집중함으로써 당 내 갈등 요소를 줄이고 여성과 청년 등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에 더 잘 전달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지난 2일 혁신비대위가 출범한지 12일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내놓은 혁신안이다. 총선 참패 두달여만에 혁신위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셈이지만 혁신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지 않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계파간 갈등 구조가 여전한데다 주류인 친박계의 영향력은 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향적인 혁신을 목표를 한다면 당을 끌고 온 주류의 책임론에서 출발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당 안팎의 분위기에는 이에 대한 공감대도, 끌고 갈 동력도 부족해 보인다. 총선 두달 여권 내 위기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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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지못한 계파, 현실 위에서 혁신 시도 = "절체 절명의 위기다" "혁신이 필요하다" 계파를 불문하고 새누리당 내에서 일관되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주류인 친박의 지지로 당선된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취임 직후부터 줄곧 혁신과 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당 흐름은 딴판이다. 좀처럼 혁신의 깃발을 들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가 지난달 중순 계파 의견을 구하지 않고 비박계 위주로 비대위를 구성했다가 친박계의 공격에 '넉아웃' 되고 말았다. 재차 표류하던 당의 리더십은 정 원내대표가 각 계파의 사실상 수장인 친박 최경환 의원과 비박 김무성 전 대표의 의견을 구하고서야 재시동을 걸 수 있었다. 혁신의 핵심이 계파 해체인데 계파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14일 혁신비대위가 발표한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도 사실상 이날 세 사람의 만남에서 결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김희옥 혁신비대위'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 외부 인사가 절반을 차지하지만 비대위를 주도할 내부 인사의 경우 철저히 계파 안배가 이뤄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당대회가 8월9일로 잡히면서 활동 시한도 촉박해졌다.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하는 다음달 중순이면 비대위 활동이 사실상 끝난다고 봐야 한다. 이 한달 정도 기간동안 총선 패배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 분석가는 "비대위가 혁신의 희망이라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일부 계파에 대한 일방적인 공천 배제로 촉발된 총선 참패에 대한 원인 진단과 그 해법으로서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 심사 부터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가 살 길, 혁신이냐 화합이냐 = 새누리당의 혁신 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은 당 내 역학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혁신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주류 친박의 영향력이 총선을 거치면서 오히려 더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이후 당 내에서 치러진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 경선에서 친박계가 지원한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정 원내대표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혁신위원장과 비대위 구성안'은 친박계의 벽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이런 추세라면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총선 참패의 원인이 당 분열에 있는 만큼 당 내 화합을 도모할 수만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야당이 갈등으로 분당까지 된 상황에서 여당까지 서로 다투면서 국민들이 회초리를 든 것 아니냐"면서 "그런 분열을 치료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화합만 할 수 있다면 주류 세력에 대한 교체 없이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비박계와 총선 민심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셈이다.

 정치분석가들은 새누리당이 혁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결국 각 계파가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영향력이 큰 각 계파들이 각자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한다면 변화의 여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정치 분석가는 "김종인 대표 처럼 계파로부터 독립적인 인사를 앉히고 그 사람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면서 "김무성, 최경환, 서청원 의원 등 각 계파의 수장들이 실질적으로 후선으로 물러나는 것에서부터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