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⑩-카드수수료 인하법

[the300](종합)

편집자주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시장 원리로 카드 수수료 인하, 합의 다해놓고 폐기?


이른바 '적격비용 산정' 방식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산정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 전표 매입 시장에 경쟁 논리를 도입하는 법안이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열려 있지만 법안처리 시도도 하지 못해 '식물 상임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무위원회의 덫에 걸려 있다. 상임위가 '네탓공방' 속에 공전을 거듭하며 처리가 미뤄지고 있어 최악의 경우 이대로 폐기되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법안은 카드 수수료 결정에 있어서 중소 가맹점들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이대로 폐기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결만 남은 카드수수료 경쟁체제 도입法

29일 국회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 들에게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양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지난달 27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처리합의된 법안 중 하나였던 대리점법이 양당 지도부 협상에서 관광진흥법과 맞교환되며 소위가 중단됐다.

개정안은 신용카드 전표매입 업무에 은행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카드 전표 매입에 경쟁요소를 도입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법에는 가맹점은 신용카드 거래로 생긴 채권을 신용카드 업자 외에는 양도할 수 없게돼 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전표 매입을 카드사가 독점하다보니 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가 제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법안이 통과돼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카드사와 은행 등 중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기관에 전표를 팔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은행이 신용카드 매출 전표를 양수할 수 있도록 해 카드 전표 매입에 경쟁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이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이 대금결제에 참여해 가맹점의 유동성 제약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시 수수료도 올리나?" 시장논리 반하는 수수료 결정구조


특히 개정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현행 카드 수수료가 비시장적인 정부 개입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여전법과 감독규정에는 수수료율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되 예외적으로 영세·중소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여신협회와 카드사 등은 3년에 한번씩 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과 카드사의 의견을 반영해 카드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전국 238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을 0.3~0.7%p 낮춘 바 있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는 일종의 가격인데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치권이 '중소상공인의 표를 얻기 위해 카드사들의 팔을 비틀어 수수료율을 낮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카드사들 역시 수수료 인하로 인한 비용 부담을 회원 할인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3년후 수수료 원가 재산정시에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릴 것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경쟁시장을 만들고 끊임없이 시장이 경쟁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며 "개정안이 시장을 만드는 방향인만큼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 나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길 먼 수수료 시장 조성


법안이 의도한 효과를 내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시장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조건인 신규 카드 전표 매입사가 얼마나 등장할지가 관건이다.


금융위는 시스템 구축비용 등 상당한 초기 비용이 필요해 신규 매입자가 신용카드 결제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이나 BC카드 등이 카드 전표 매입 사업을 검토했다가 수익성이 낮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수수료 시장에서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가 매입사 독점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는 만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카드를 안받는 가맹점은 세무조사를 받게 돼 있는 소득세법이나 현금과 카드결제의 가격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등은 수정이 필요하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가맹점의 협상력을 떨어뜨려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을 찾아내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며 "국회와 금융당국, 카드사들이 시장을 정상화 시키고 가맹점이 자기가 원하는 매입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시행까지 1년 정도는 시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간 동안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카드 수수료 시장 경쟁 도입을 위한 다양한 방안 등에 대해 각 기관에서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독점깨고 결정권 가맹점에게…카드수수료 인하법 어떻게?


카드 전표 매입 시장에 경쟁 논리를 도입하는 법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 결정체계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실패를 이유로 일종의 '가격'인 가맹점 수수료에 개입하고 있지만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행 가맹점 수수료 산정 체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18의3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신용카드업자는 가맹점과의 수수료율을 정할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하며 부당하게 가맹점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또 영세한 중소신용 가맹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정해야하며, 구체적인 수수료율 산정방식은 금융감독원 감독규정에 규정돼 있다. 


여신협회는 이같은 원칙을 기반으로 2012년부터 3년마다 한번씩 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같은 원가 재산정 작업 결과를 토대로 가맹점과 카드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달 카드 수수료 조정 방안을 내놨다.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은 기존 수수료 1.5%에서 0.7%p 인하한 0.8%로 2억~3억인 중소 가맹점은 2.0%에서 0.7%p 낮아진 1.3%로 조정됐다. 일반 가맹점들도 기존대비 0.3%p 인하된 1.85%~1.96%로 낮아졌다. 가맹점 수수료 중 약 20%를 차지하는 자금조달비용이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인해 하락한 것이 수수료 인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제기가 이어져 왔다. 당장 카드사에서는 정치권이 중소상공인 표를 의식해 수수료를 과도하게 인하했다며 반발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부담을 회원 혜택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충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시장 결정에 맡겨야하는 수수료를 정부가 개입해 결정했다는 것도 대표적인 문제다. 금융당국은 영세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받고 대형가맹점에게 낮은 수수료를 받는 시장 실패가 나타나는 만큼 정부 개입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정부 개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비판은 여전하다. 정부개입의 근거가 된 2012년 여전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이 제대로 가맹점 수수료 시장이 작동하도록 충분한 법·제도적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여전법이 개정이 됐을때 '정부가 빨리 시장을 정상화 시키도록 노력해라''시장이 정상화되면 정부는 빠져라'라고 법을 만들었으면 가장 좋았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정부가 계속 개입하는 방식으로 갈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전법 개정 이후 3년간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 적격비용 산정을 통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능했지만 향후 금리인상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논란이다. 원칙대로 하면 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맹점 후려쳐 회원혜택 늘리는 카드 시장, 문제는 독점


카드사가 신용카드 전표 매입을 독점하는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한가지는 카드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29일 국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카드사들은 회원들로 하여금 자사 카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할인이나 무이자 서비스 등을 제공하거나 회원들에게 연회비를 거의 걷지 않고 있다.


카드사가 여타 국가들보다 많다 보니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쟁속에서 카드사들은 전표매입 독점구조를 이용해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떠넘기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카드 발급과 회원관리 업무, 전표 매입을 한 회사가 담당하다보니 구조적으로 이같은 상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신용카드사 전체 수입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는 절반(49.5%)에 달한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상 가맹점들이 부담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신용카드사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표 매입의 주도권을 가맹점이 아니라 카드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표매입 회사를 별도로 두는 해외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책정을 담당하는 회사와 회원을 모집하는 회사가 분리돼 있어 원천적으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들어 해외 유명 카드 네트워크사인 비자나 마스터카드는 이른바 네트워크만 제공하는 회사다. 고객들에게 카드를 발급하는 발급사와 카드 전표를 매입하는 매입사를 따로 거느리고 있다.


발급사는 회원들의 회비를 바탕으로 회원 혜택 등을 제공해 회원을 모집하며 매입사는 가맹점 모집과 전표 매입, 발급사로부터 받은 카드 대금을 가맹점에게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카드회원과 가맹점, 카드발급사, 전표매입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4당사자 체제'라고도 불린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회원 혜택을 주는 현재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표 매입 시장에서 경쟁이 발생해야한다"며 "가맹점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칸막이규제가 불러온 시장실패…시장경제로 서민삶 개선할 것"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결정에 시장 논리를 도입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두언 의원은 "수수료를 결정하는 주도권을 가맹점이 가져야하는데 지금은 신용카드사가 모두 가지고 있어 시장 실패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24일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대금 흐름에 있어서 수요와 공급 쌍방을 카드사가 독점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장실패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의원은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가맹점 입장에서는 거절을 못한다. 거절하면 벌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후 발행된 전표를 해당 카드사에게만 가져다 주게 돼 있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자금거래에서 쌍방 독점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점상황이 금융기관 '칸막이 규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봤다. 정 의원은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에 사업영역을 정해주는 '칸막이 규제'를 하고 있어 독점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칸막이 규제를 없애는 추세인만큼 우리나라도 개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정안처럼 금융기관간 칸막이를 없애면 가맹점이 발행한 카드전표를 해당 카드사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도 넘길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간에 경쟁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수료 결정의 주도권이 가맹점에게 돌아오는 전형적인 친서민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장 상인의 경우 현금이 돌지 않아 카드전표를 할인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또 새로운 매입회사가 생기면 일자리도 생기고 소상공인 연합회도 협상을 위해 실질적인 연합회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법안이 카드 수수료 시장 효과로 이어지기 까지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사람들은 미지의 세계라 걱정을 하지만 걱정만 하다보면 세상은 언제 바꾸나"라며 "일단 시행해보고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을 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기득권자는 (세상을 바꾸는 것의) 문제점만, 손해보는 것만 얘기를 하지만 개혁을 하는 사람은 세상이 바뀌어 얻는 것을 얘기한다"며 "법안이 통과가 되면 시장을 활성화시켜 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한, 나의 대표법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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