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⑥-의사상자

[the300](종합)

편집자주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세월호로 촉발된 '의사상자' 법안 "45년간 485명 지정에 그쳐"


시민의 생명이나 재산을 구하다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의사상자 관련 법안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때였다. 세월호 희생자 전원을 의사상자로 지정할 것이냐를 놓고 여야가 언쟁을 벌이면서 의사상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됐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의사상자 지정 문제는 지난 9월 국정감사를 통해 재점화됐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복지부가 지난 8월28일 제3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고 세월호 참사 관련 민간잠수사 22명에 대한 의상자 인정여부를 심사한 결과, '수난구호 비용을 지급받고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해 의상자를 '불인정'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노동위원회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서 세월호 희생자인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인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지난해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11명 가운데 정규교사 7명의 순직을 인정했지만 김초원·이지혜 두 교사에 대해서는 계약직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 신청을 반려했다. 2015.9.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세월호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문명수 목사의 경우도 '자원봉사 활동과 사망원인이 되는 질병의 인과관계가 크지 않고 급박한 위해에 대한 구조활동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 이전만 하더라도 의사상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크지 않았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1971년부터 45년이 지난 2015년까지 의사상자로 지정된 건수는 485명에 그쳤다. 최근 5년만 놓고 봐도 신청 123건, 인정 83건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제도에 대한 정부의 대(對)국민 설명 부족 △의사상자 인정에 인색한 정부 태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의사상자 지정과 관련해선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8월 서울 서초구청은 경북 울진 왕피천 용소계곡에서 물에 빠진 남녀를 구한 뒤 심장마비로 숨진 고 이혜경씨를 의사자로 지정하기 위해 유가족을 지원하는 한편 이씨를 애도하고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차원에서 동판을 제작했다. 대구와 세종, 김포에선 추모식, 추모비 건립 등을 추진하거나 시가 발행하는 각종 홍보지에 게재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남 의원 법안이 이와 유사하다. 남 의원이 대표발의 한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의사자를 추모하고 그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동상 및 비석 등의 기념물을 설치할 경우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국가와 지자체가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사상자 법안은 총 6개로 이 중 김현숙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사상자 인정 여부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의사상자재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아직 본회의에 가지 못한 남 의원 법안을 포함해 5개 법안이 복지위에 계류돼있다.

 

그나마 법안소위 회부까지 진도가 나간 게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 법안이다. 이 의원은 "의사상자에 대한 지원이 단순 보상금 지급과 교육급여 및 의료급여 등의 혜택에 불과해 의사상자 유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는 실정"이라며 보상금을 일시금 또는 월액(月額)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월액의 지급액은 국가유공자에 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복지위는 검토보고서에서 "의상자 또는 의사자의 유족들이 일시금 관리의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상금 수급방법을 월액으로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과 이언주·박수현 새정치연합 의원의 개정안은 복지위에 회부된 후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김성찬 의원 개정안은 모범운전기사 등이 교통안전봉사활동을 하는 도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사망하거나 다치는 경우 이들을 의사상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 합리적 수준에서 보상을 하자는 취지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공무원을 보조하는 업무인 만큼 교통안전봉사활동을 '공무보조행위'로 정의하자는 것이다.

 

이언주 의원 법안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출된 경우다. 선사 직원이었던 고 박지영씨가 본래 직무였단 이유로 의사자로 인정되지 못했던 데 대해 이언주 의원은 "직무와 연관돼있어도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다 사망하거나 심각하게 부상을 입은 이들을 의사상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박수현 의원 법안은 2013년 태안해병대캠프 사고가 발단이 됐다. 박 의원은 "현행 의사자 신청요건은 타인의 구조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경우만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타인의 불법행위로 사망한 경우라도 이를 계기로 다수의 인명을 구조하는 효과가 있을 때 의사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상자 보상금 얼마나 주나…年 30여억원 예산 소요


의사상자로 인정되면 유족들에게 일정액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사자 보상금 액수는 '가계조사통계'의 전국가구 가계소비지출액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데 올해는 2억291만3000원으로 책정됐다. 보상금은 의사자의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순으로 지급된다.

 

의상자는 부상등급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진다. 의상자의 부상등급은 1급부터 9급까지 있는데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의 경우 의사자에 준하는 보상금을 받는다. 가장 낮은 9급은 의사자 보상금의 100분의 5를 수령하게 된다.



의사상자 보상금으로 쓰이는 예산은 연간 30억원 안팎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의사상자 보상금으로 지급된 전체 금액은 2012년 32억6700만원, 2013년 28억5300만원, 2014년 39억3100만원, 2015년(6월 기준) 17억6100만원이다.

 

보상금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지급토록 돼있으나 지자체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은 내역이 있으면 그 금액에 상당하는 보상금을 제외한다. 보상금은 1회 지급되며 보상금지급 통보를 받은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

 

의료 및 교육급여도 제공된다. 의료급여법에 근거해 의사자의 경우 보상금을 받은 유족 및 가족이, 의상자의 경우 1~6급에 해당하는 본인이 의료급여 1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료급여 1종은 병원비 본인부담이 없고 비급여만 100%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다.

 

교육급여는 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의사자의 자녀와 1~6급 의상자 및 그 자녀에게 초·중·고등학교 입학금과 수업료, 학용품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경우에 따라선 국립묘지 안장도 가능하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사자 또는 의상자 1~3급으로 사망한 자 중 안장대상자로 결정되면 복지부 장관을 거쳐 국가보훈처장에게 국립묘지 안장 내지 이장을 신청할 수 있다.

 

의사자 유족과 의상자 1~6급 본인 및 가족에게 취업보호도 지원된다. 특히 취업과 관련해선 가장 최근에 의사상자 유족이 공무원시험이 응시할 경우 국가유공자와 같이 가점을 받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주목받았다.

 

이밖에 △의사자에 대한 장례비 지원 △고궁 및 공원 등의 시설 이용료 면제 또는 할인 △영전수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민간 잠수사 22인의 운명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총 39건(의사자 10명, 의상자 29명)의 의사상자 신청이 있었고 정부는 33건의 심사를 완료, 9건을 의사상자로 인정키로 결정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22건의 민간 잠수사.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 17일 자발적으로 현장에 모인 민간 잠수사들은 그 해 7월 10일까지 292구의 시신을 수습하고 철수했다. 철수조치 후 삼천포서울병원에서 일괄 진료를 받은 이들은 무혈성괴사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목디스크 등을 진단받았다.



당시 해양경찰청은 "산업재해보상에 준하는 치료와 보상을 약속하겠다"고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무혈성괴사 환자에 대한 치료비 지급을 중단하면서 지원을 끊기 시작했다. 무혈성괴사의 경우 잠수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는 질병이므로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게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 3월 29일부터 의료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에 따른 의료지원금 지원대상자 변경'에 따라 '구조활동 중 부상자는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한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게 건보공단 측 설명이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5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2015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관리공단 국정감사에서 최광 이사장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2015.10.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간 잠수사들은 지난 8월 28일 복지부로부터 의사상자로도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 이르렀다. 복지부는 "일당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10일 보건복지부 대상 국정감사>

남인순 의원 "'직무 외의 행위'를 폭넓게 인정하지 않아 불인정 된 것이다."

정진엽 장관 "법률자문을 충분히 구해 결정했던 것으로 안다."

남 의원 "'직무 외의 범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여지를 볼 수 있겠나?"

최성락 사회서비스정책관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 충분히 설명해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남 의원 "'직무 외의 범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여지를 열면 이분들이 재신청 할 수 있나?"

최 정책관 "법상 이의신청 조항이 있다."

 

남 의원에 따르면 민간 잠수사들은 골괴사 등의 문제로 잠수 업무를 할 수 없어 현재 실업 상태이거나 대리운전 등 다른 방식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집단 심리치료를 받지 못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잠수사들은 "시신이 손상되지 않게끔 하나하나 분리해서 갖고 나왔는데 생각이 안날 수 없다" "누구는 아디다스 츄리닝만 봐도 미쳐버리겠다고 한다"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지원점검과는 "현행 법 체계에서 보상·지원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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