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장애다…"국가가 도와달라", 애타는 외침

[the300][런치리포트-몸과 법① : 탈모(1)]'장애인' 포함되려면 법 개정 필요

해당 기사는 2015-08-28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PDF 런치리포트 뷰어
편집자주건강한 신체는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 조건입니다.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 현안과 과제를 '몸과 법'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지난달 28일 국회 정책토론회 '탈모증 환자를 위한 치료지원 방안은?'에서 강훈 카톨릭대 피부과 교수가 발표한 14세 중증 전두탈모 환자의 모습./사진 제공=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한 토론회장에 두 명의 남녀 대머리(?)가 단상 위에 올라섰다. 전부탈모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은 탈모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호소했다.

 

남성 환자는 "그나마 가장 큰 효과를 본 게 DPCP(다이페닐사이클로프로페논) 치료인데 DPCP 치료가 아직 합법화 되지 않은 것인지 몰랐다"며 "의사분들이 (약품 사용이 사실상 불법이란 점에서)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모 환자들을 적극 치료해주는 데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여성 환자는 "여자 환자들은 대체로 가발을 이용하는데 1년에 300~400만원짜리 가발 서너개는 준비해야 (탈모 환자라는 게) 들키지 않고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며 "국가가 탈모에 관심을 갖고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라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이날 '탈모증 환자를 위한 치료지원 방안'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질환이 심각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중증의 난치성 탈모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제도개선 및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09년 약 18만명에서 2013년 21만명으로 5년간 15.3% 증가했다. 탈모 치료시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경우만 추산되는 것이어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 환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탈모가 질환의 일종이란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정부에서도 탈모 환자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비급여 대상인 생활 속 질환 중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 항목이지만 두피나 피부 질환, 다른 질병과 함께 발생하는 원형 탈모는 급여 대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자각증상 없이 탈모반이 한 개 또는 여러 개 발생해 큰 탈모반을 형성할 수 있는 병적탈모의 경우 병의 경중에 관계 없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는게 환자들과 의료계의 지적이다. 일단 탈모치료에 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이 많을 뿐더러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 해도 환자 개별 상태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심지어 2013년부터 세법개정을 통해 탈모를 포함한 미용·성형 목적의 모든 의료용역에 부가가치세 10%를 과세하고 있다. 탈모를 여전히 질환보다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로 치부하는 셈이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장애인 수준란 점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부탈모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눈썹이 없어 선글라스가 꼭 필요하고, 더운 여름에 민머리로 다니면 살갗이 벗겨지기 때문에 가발 내지 모자 착용이 필수다.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멋을 내는' 도구들이 탈모 환자들에겐 '의료기기' 역할을 하는 격이다.


그러나 탈모 환자들이 장애인 영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선글라스나 가발 등은 장애인 보조용품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온전히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탈모환자들이 장애인 영역에 포함되려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장애계와 상의가 쉽지 않을 것이고, 국가 재원이 한정적이어서 탈모 환자까지 건강보험이 커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 말한다.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DPCP 약물을 합법화해 의료계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DPCP가 피부과학회 교과서 및 전 세계 피부과학 교과서에서 추천되는 탈모 치료 약품일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등재됨으로써 안정성이 입증된 만큼 국내에서도 DPCP를 제도권에 넣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일정 품질 등급 이상의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원료의약품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탈모 치료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를 제한하는 것도 탈모환자들에게는 중요한 정책이다.

최근 식약처는 의약외품 샴푸에 대해 '탈모 방지, 모발 굵기 증가' 표기가 가능토록 고시를 개정했는데 이같은 방침이 허위·과장광고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토론회에서 "탈모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부당한 치료비를 지출하게 만드는 부분에 신경을 써야한다"며 "광고 규제 등을 통해 (탈모 치료에)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반드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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