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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동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지난 5월1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 여름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프랑스인 A씨. A씨는 숙박예약 사이트에서 다른 숙소들의 반값도 안 하는 숙소를 예약했다. 서울의 한복판 명동에서 A씨를 기다리고 있던 곳은 다름 아닌 고시원이었다. A씨는 생각했던 곳보다 방이 너무 작고, 창문도 없어 갑갑했지만 '값싼 숙소'를 포기할 수 없어 고시원에서 3박을 해결했다.

외국인 관광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시민박업 제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원룸이나 고시원 등을 불법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해오던 문제를 없애고, 휴가철을 맞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을 제공해 '관광강국' 도약에 기여할 지 주목된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도시민박업 제도 개선 관련 입법을 검토 중이다.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과 정성호 의원도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한 도시민박업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도시민박은 크게 가정형 숙박(홈스테이)과 기숙형 숙박(게스트하우스)으로 나뉜다. 도시민박업은 관광진흥법상 관광편의시설업의 하나로 분류되는데, 현행법은 관광편의시설업을 경영하려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또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주민이 거주 중인 주택 가운데 △건물 연면적 230㎡ 미만 △외국어 안내 서비스 가능 △소화기 1개 이상 구비 및 객실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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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난 4월 말 기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종으로 등록된 업소는 서울시에만 633개소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에 운영되고 있는 도시민박 업소는 1000개를 넘을 것이란 게 정부의 추산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유명 게스트하우스는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도시민박의 수익성이 부각되면서 원룸, 모텔, 부동산 개발업자 등의 시장진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당 시설이 도시민박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 공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숙박영업이 금지된 주거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불법 영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학 기숙사 건립 등의 이유로 공실률이 높아진 하숙 및 고시원, 오피스텔, 원룸업자들은 해당 시설에 대해 도시민박업으로의 용도변경을 허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면적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현행 연면적 규정(230㎡ 미만)을 상향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 성장 및 한류 등으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민박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주장한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불법 게스트하우스를 합법화하는 것이 기존 도시민박업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업소들에 역차별이 될 수 있단 우려다.

이들은 '한국의 가정문화 체험'이란 도시민박업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맞선다. 기존 하숙이나 원룸의 업태(業態)가 도시민박업이라는 용어와 속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정상으로는 도시민박업 등록이 불가한 고시원과 원룸 등에 대해서도 도시민박업으로의 용도변경을 인정해주는 내용이 이번 개정안에 담길지에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는 각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입장을 절충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온다. 시장의 도시민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 제도만으로는 불법 도시민박의 난립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도시민박업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정부가 소방시설 등 안전 관련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UN 세계관광기구(UN WTO)가 지난 5월 발표한 '2014 세계관광규모'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총 142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 전체 20위 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16.6%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순위는 2계단 상승했다. 관광수입도 181억 달러(약 20조 8439억원)로, 18위(전년보다 3계단 상승)를 기록했다.

국회 관계자는 "도시민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며 "기존 도시민박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도시민박에 대한 명확한 개념 및 규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