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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겨우내 축사에서 생활하던 강원 평창군 대관령 한우시험장 한우들이 축사를 나와 방목장을 누비고 있다. /사진=뉴스1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일 상위법령을 무력화시킨 시행규칙 중 하나로 '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을 산정할 때 정부가 '수입기여도'를 도입한 것을 지적하면서 수입기여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수입기여도는 FTA로 인한 수입량 증가가 해당 품목의 가격하락에 미친 영향을 수치로 산출한 지표다.
현재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FTA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농축산물 등에 대해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직불금을 산정할 때 법에 명시되지 않은 '수입기여도'를 농식품부 장관 재량으로 적용해 지원금 규모를 축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 '위법' 논란에도 강행한 농식품부
수입기여도 논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식품부는 민관심의기구인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를 거쳐 수입기여도를 처음 도입키로 했다. 농산물 등의 가격하락 원인에는 수입량 증가나 관세하락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량 증가, 소비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수입 증가로 인한 부분만 따져 보전금을 지급한다는 이유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현행 법은 직불금을 '(기준가격-해당년도가격)×90%×조정계수'라는 공식을 통해 산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 조정계수는 '세계무역기구(WTO)설립을 위한 마라케쉬 협정'이 규정한 각국의 국내농업보조금 총한도(AMS)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말그대로 '조정'하는 숫자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조정계수에 자체적으로 산정한 수입기여도를 추가로 반영했다.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그 해 6월 개최된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법대로 조정계수는 적용하지 않고 느닷없이 수입기여도라는 것을 발명했다"며 "수입기여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위법적인 적용"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 역시 "법령 해석을 농식품부장관이 이랬다 저랬다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이현령비현령 마음대로, 피해보전직불금을 주고 싶으면 주고 안 주고 싶으면 안 주는 이런 상태로 운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식품부와 농해수위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민간 법무법인들도 '수입기여도' 도입이 현행 법령의 입법 형식과 취지를 감안할 때 행정청의 재량을 벗어났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시 법제처는 법령해석 요청을 반려했고 정부법무공단은 '향후 논란을 피하려면 입법적인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용역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조정계수란 건 어차피 장관이 어떤 일정한 범위내에서 결정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조정계수에 수입기여도를 포함시키는 것은) 장관이 정책적으로 판단하는 걸로 돼있다"고 강조했다.
◇ 농식품부만 아는 '수입기여도' 산출법…입맛따라 적용?
수입기여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농식품부가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수입기여도 산출방식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농해수위 관계자는 "특정 농산물이 들어왔을 때 그 수입량이 같은 품목의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면 모르겠지만 대체재와 보완재가 있는 시장의 특성상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정 품목을 정해 지원하는 직불제의 성격상 수입기여도가 농산물 가격하락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오렌지의 수입량이 늘어날 경우 국내에서 생산된 오렌지 뿐만 아니라 오렌지의 대체가 될 수 있는 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승남 의원 역시 2014년 11월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품목으로 해서 수입기여도를 산출하는데 이는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를 동일한 품목으로 인식하지도 않을 뿐더러 닭이나 돼지고기 등 다른 대체재에 대한 고려가 빠졌다는 이유다.
김승남 의원 역시 2014년 11월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품목으로 해서 수입기여도를 산출하는데 이는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를 동일한 품목으로 인식하지도 않을 뿐더러 닭이나 돼지고기 등 다른 대체재에 대한 고려가 빠졌다는 이유다.
농식품부는 제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대체관계를 넓게 해석하면 밥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물을 다 놓고 계산을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각 품목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제도로서 성립가능하게 하려면 대체효과라는 걸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에서 끊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농식품부는 또 "일단 품종이 같으면 같은 품종으로 보기로 했다. 경제효과를 분석할 때 같은 품목끼리는 대체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며 "크게 봐도 오렌지와 오렌지주스처럼 아주 직접적인 가공품까지는 같은 품목으로 포함하는 정도는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또 "일단 품종이 같으면 같은 품종으로 보기로 했다. 경제효과를 분석할 때 같은 품목끼리는 대체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며 "크게 봐도 오렌지와 오렌지주스처럼 아주 직접적인 가공품까지는 같은 품목으로 포함하는 정도는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기여도'와 같은 수치를 정부가 필요할 때만 적용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FTA로 수혜를 보는 산업에서 이익의 일부를 거둬 농업 등 피해보는 산업에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두고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부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논의할 때는 FTA로 늘어난 순익 등을 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해보전직불금제도에는 FTA의 영향을 수치로 산정한 수입기여도를 반영했다"며 "같은 내용에 대해 반대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피해보전직불제에서 도입하는 수입기여도는 품목을 특정하기 때문에 품목별 계산만 하면 가능하지만 무역이득공유제에선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상품별 이익을 따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특정 상품에 대한 관세가 떨어져 수출량이 늘었다고 해서 해당 상품을 파는 모든 기업이 동일하게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입기여도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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