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이 민주주의" 안희정의 국가개혁 모델은...

[the300][생활 바꾸는 정치로-지방자치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⑧안희정 충남지사

'친노의 적자'에서 '개혁 행정가'로.

 

충청남도 지사 안희정을 만난 사람들은 그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안 지사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짧지 않은 신고의 세월을 딛고 재선 도지사의 행정경륜을 쌓아온 그는 투사 이미지 대신 '주민 행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며 땀 흘리는 '일꾼'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올해 초 정례 월간조사에서  2개월 연속 전국 광역 시도지사 직무수행 지지도 2위에 올랐다.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현 자치경영연구원) 멤버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그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출발이라는 신념을 쌓아왔다.

결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없는 충남 주민들이 연이어 그를 선택한 것은 '생활자치'에 대한 그의 신념과 이를 몸으로 보여준 실행력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는 충남도의 비전,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국가시스템 개혁 모델을 들어봤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7일 충남도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태안군 안면도 개발사업이 우선협상자였던 인터퍼시픽컨소시엄이 발을 빼면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안면도 개발사업은 전면 수정되는 것인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24년간 모든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 됐다. 1995년부터 지금껏 여러 유형의 투자자가 세 차례 정도 나섰고 그때마다 사업자 구성이 되곤 했지만 모두 구체적인 시행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이번에 (2월 17일) 안면도에 가서 주민들께 '큰 자본 들여다 한꺼번에 하는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주민들께 사과말씀을 드리고, 주민과 해당 군과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합의를 한 상태다.

 

-새로운 행정모델로 갈등구조를 풀어볼 생각은 없나

 

▶이 사업은 하자 하지말자의 갈등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을 원하는 주민과 군의 의견이 좀 더 주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투자 이전에라도 우리 스스로 지역의 관광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작은 실천 활동들과 계획들을 더 만들어보자는 방안도 있다. 이 역시 주민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갈등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크 리퍼트 주미대사 피습사건은 여러 분야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는데

 

▶조금 성숙하게 서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하게 도출되는 개인의 극단적 행동을 안전과 범죄, 치안의 문제로 봐야한다. 국가 간의 문제, 정치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정쟁으로 삼아야 할 일은 아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7일 충남도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는 긍정적인데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평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보기에는 어떤가.  

 

▶ 중앙정부가 하는 평가가  120개쯤 된다. 이 가운데 좋은 점수가 나오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개선점들에 대해서는 늘 놓치지 않고 노력하고 있지만, 못했다고 얘기하는 것 또한 점잖지 못한 일이다. 평가가 늘어나는 것은 그것을 통해 규율을 잡기 위해서인데 이는 중앙 집중화된 시대의 낡은 국가운영방식이다.(과거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라는 설명이다)

 

-헌법에 지방분권규정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바람직한 지방분권은 어떤 형태인가.

 

▶대한민국의 주인인 주권자들은 생활정부·광역정부·중앙정부라는 세 개의 정부를 가질 수 있다. 이 가운데 국가적 대표체제에 해당하는 것을 중앙정부에게 맡기는 형태의 자치제가 이뤄져야 한다.

 

기초단위를 인구 기준으로 나누는 것도 낡은 방식이다. 프랑스의 기초생활정부는 코뮨이다. 인구 1000만명의 파리나 변두리 5만명 인구의 도시나 모두 코뮨이다. 쓰레기, 상하수도, 교통 등 생활적 공공 행정서비스를 담당하라고 두는 것이 코뮨이고 그것이 기초정부다.

 

그런 관점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자치분권의 나라로 가자고 하는 것이고 국가운영 원리를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 얘기한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조선왕조 이래 중앙 집중화된 임금님이 나라를 통치하는 수단으로서의 지방자치이지 주권자 입장의 지방자치가 아니다.   

 

-지방분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재정 문제다. 충남을 포함해 모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개선 방안은

 

▶1995년 지방자치를 처음 출발했을 때 재정자립도가 63%였는데 지금 42%다. 중앙정부와 집권화된 중앙 집중 국가의 시스템이 계속해서 불균형을 가져오게 된다. 선의로 해석한다면 중앙정부가 봤을 때 지방정부가 못미더워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자신의 일에 권한이 주워지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모든 제도는 각자의 권한과 자기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지 상대를 못 믿어서 아예 권한을 안준다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기 시작하면 그 제도는 성립되지 않는다. 

 

-충남은 '도는 도답게, 시·군은 시·군답게'를 주제로 지자체의 지방자치분권 양해각서(MOU)를  추진하고 있는데

 

▶도는 도답게 시·군은 시·군답게는 충청남도 지방자치분권을 위한 업무협약이다. 그런 역할을 국가가 먼저 해야 한다. 정말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외교·안보·국방, 통상전략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 창조경제센터가 17곳인데 그것을 만들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역대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인데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국가가 그런 형태로 추진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군과 맺은 업무협약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도가 시군에 위임하고 있는 업무 가운데 마땅히 도가 해야 될 일이 있다. 예를 들면 도립공원 관리업무가 있는데 도립공원이 소재한 군한테 공원관리업무를 맡긴다. 이런 업무는 도가 해야지 군이 할 일이 아니다. 단위가 작은 업무니까 네가 하고 단위가 큰 규모여서 내가 한다는 정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는 업무가 돌아가지 않고 자기 책임성도 떨어진다.

 

-일종의 지방자치 개혁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셈인데.

 

▶실험을 하려고 하는데 권한과 재정의 문제에서 걸린다. 이명박 정부 때 물가관리를 한다며 물가관리부서를 만들어 사람을 늘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규제개혁을 한다고 하니까 규제개혁담당 만들고 정원을 늘려준다.

 

업무가 이런 형태로 되면 모든 사람이 무책임해진다. "내가 무슨 권한이 있는데?"라며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창의성도 떨어진다. 대한민국이 활력을 얻고 21세기의 동력을 얻으려면 모든 사람을 바보로 만들면 안되고 자기주도성을 갖게 해야 한다.
 
-중앙정치를 하게 되면 '국가는 국가답게, 도는 도답게'로 확장할 수 있나 

 

▶그렇게 할 수 있다. 새로운 국가운영체제로서 대한민국을 버전업시켜야 하는 것이 이 시대 모든 정치인들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독재·반칙·특권·부패 이런 것들이 민주화운동의 가장 핵심 주제였다면, 21세기 민주화운동은 '누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체제를 만들 것이냐'의 경쟁이다.

 

-유럽식 직접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 실제 적용한 사례가 있나.

 

▶ '민주주의 패스포트사업'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갖는 권리와 자기 책임들의 조항들을 토론해 충청남도형 민주주의 주민 패스포트 지급사업을 하려 한다. 시군 기초단위에서 시민의 참정권과 시민 민주주의의 규약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보급하고, 그것에 입각해 청원도 하고 소환도 할 수 있게 하는 '주권자 권리코드'를 나눠주자는 취지다.

충남형 지방자치 아카데미, 마을자치위원회 강화프로그램 시도도 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새로운 시도들이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있나

 

▶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올라올 때마다 벤치마킹을 한다. 전북 무주·진안·장수 쪽에 있는 마을자치 공동체 건설사업이 있는데 기초단위에서 배울만 하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더 배우기 위해 핵심적인 리더 역할을 했던 분들을 초빙해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하려 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6일 충남도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사진=홍봉진 기자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공칠과삼'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는데 
 
▶ 박근혜 정부는 진행형이니까 지금 당장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역사는 이불 개듯이 잘 개야 하는데 잘못 개면 쓰러진다.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 했던 것은 권장사항이 될 수 없는 것이고 그런 '과'들은 역사 속에서 닳아 없어지게 돼 있다.

 

보릿고개를 넘었고 산업화를 시켰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역사를 잘 축적하면 된다. 그 역사를 한 개인의 역사로 보게 되면 껄끄럽게 되기 때문에, 우리가 역사를 축적해 내는 방식에 있어 '공칠과삼'으로 보는 게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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