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영란법' 관련 김영란 전 대법관 입장

[the300]

간담회 자료

2015. 3. 10. 김영란

1. 간담회를 준비한 이유


2015. 3. 3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수많은 기자분들이 저희 집, 학교, 공항에까지 찾아와 의견피력을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3.4. 해외 출국일정이 있는데다 그때까지 통과된 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하여 답변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3.4. 출국하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 출석하였습니다. 귀국 후 통과된 법을 입수하여 검토하였고 비로소 여러분들의 질문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리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원안(입법예고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1) 이해충돌방지규정이 빠진 부분

당초 원안은 크게 3가지 분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① 부정청탁금지 ② 금품 등 수수금지 ③ 공직자이해충돌방지입니다. 그런데 ①, ② 분야는 통과되고 ③분야는 통과되지 못하였습니다.
원안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넣은 것은, 예컨대 장관이 자기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발주를 하는 등의 사익(私益) 추구를 금지시키고, 공무원이 자신의 부모가 신청한 민원서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으로 하여금 대신처리하게 하는 것 등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사전에 방지를 하자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반부패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함께 시행되어야 할 것인데도 분리되어 일부만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2)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시 직무관련성 요구한 부분

원안에서는 100만원 '초과', '이하'를 불문하고 직무관련성 없어도 형사처벌이나 과태료처분을 하도록 하였으나 통과된 법은 100만원 초과 수수시에는 직무관련성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100만원 이하 수수시에는 직무관련성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현행형법상의 뇌물죄에 관해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일단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따로 대가성이 없다 하더라도, 또한 그 금액이 아무리 적다하더라도 뇌물죄를 물을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행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 이 법에 의해 과태료만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의문이 있습니다.

*참고 판례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직접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여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데 특별히 의무위반행위나 청탁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뇌물은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이 있거나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으며,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받거나 수수한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는 것이다." (대법원 2010.04.29. 선고 2010도1082 판결 등)

(3)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부분

원안에서는 가족 개념을 민법 제779조의 가족 개념을 적용하여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하였습니다. 따라서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자매 외에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사위·며느리, 장인·장모, 시부모, 처제·처남, 시누이·시동생은 해당이 없었습니다. 이를 배우자로만 축소한 것은 아쉽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들·형님들이 문제되었던 사례를 돌이켜보면 규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4) 가족 금품 수수시 직무관련성 요구한 부분

원안에서는 '부정청탁'의 개념을 "특정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청탁 또는 알선 행위"로 광범위하게 규정하였으나, 통과된 법에서는 이를 삭제하고 15개 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이는 금지행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의 근본취지는 매사에 제3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제3자 청탁풍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하여 부정청탁금지와 이에 따라 과태료까지 부과하게 되는 경우는 '본인'이 직접 청탁하는 경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3자'를 통한 청탁일 때입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매사에 일만 생기면 무조건 유력자 등 제3자를 찾아가 청탁하고 이를 통해 목적을 관철하려는 고질적인 제3자 청탁풍조'를 근절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빽 사회', '뒷 힘이 있어야 하는 사회', '브로커가 설치는 사회', '배달사고가 일어나는 사회' 등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여 왔던 것입니다.
따라서 원안에서는 부정청탁 개념은 오히려 포괄적으로 하되 부정청탁이 되지 않는 사례를 예시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보다 광범위하게 제3자 부정청탁사례를 방지하고자 한 것인데, 그 범위가 축소된 것은 아쉽습니다.

(6) 선출직 공직자들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부분

원안에 없던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이라 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이권청탁, 인사청탁 등의 부정청탁이 포함될 수 있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해석상 돌파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7) 시행일을 1년 6개월 후로 규정한 부분

원안에서는 시행일을 2가지로 규정하였습니다. 법 자체의 시행은 1년 후로 하되, 처벌규정은 더 많은 대국민 홍보를 한 후부터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고 2년 후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국회 정무위에서는 일괄적으로 1년 후로 앞당겨졌고, 최종 통과된 법은 1년 6월로 절충되었습니다. 원안이 2단계로 나눈 취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3. 원안에서 확대한 점에 대한 소견

통과된 법은 적용대상을 공직자 외에 언론사, 사립학교, 학교법인 임직원 등에 확대하였습니다. 당초 원안에서는 공직사회 반부패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을 하기 위하여 그 대상을 '공직자'에 한정하였고, 이때의 개인적인 생각은 우리 사회의 반부패 문제의 혁신을 위하여는 가장 먼저 공직분야가 솔선수범하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공직분야의 변화를 추진한 다음 그 다음 단계로 민간 분야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형사법상으로 공직분야의 뇌물죄나 민간분야의 배임수재죄 등 형사처벌법규가 있으나 그 역할이 한정적이어서 이 법과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는 금품수수까지도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저는 우선 공직사회에서 시작해보고 차츰 민간문야로도 확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민간 분야의 부패척결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컨대 민간분야의 A기업에서 임직원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거나 금품수수 등 부패한다면 과연 그 기업이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민간분야의 반부패대책도 절실한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작업을 공직사회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이번에 뜻밖에 국회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분야를 추가하여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직자 부분이 2년 넘게 공론화과정을 거친데 비하여, 민간 분야에 대하여는 적용범위와 속도,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공직사회의 반부패문제를 새롭게 개혁하고 차츰 2차적으로 기업, 금융, 언론, 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모든 민간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그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따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미 국회에서 민간분야 일부의 반부패문제를 개혁하려고 한 마당에 이를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확대되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어서 평등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국민 69.8%가 사립학교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법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는 언론조사결과를 보면 과잉입법이라든지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따라서 이 부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한변협에서 이 부분에 대하여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고 하므로 그 결정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위헌 여부는 9:0부터 6:3, 2:7, 0:9까지 다양한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간통죄에 대하여 4회 합헌, 1회 위헌결정이 나온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언론부분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우리 헌법상의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수사착수를 일정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다든지 수사착수시 언론사에 사전통보를 한다든지 하는 등의 장치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공직선거법에는 부분적으로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소명이 이유가 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한다는 규정 등이 있습니다.

4. 기타 예상질문에 대한 소견

(1) 직무관련성 없어도 100만원 초과금품 수수시 처벌하는 조항의 위헌성에 대하여

통과된 법은 공직자의 경우 100만원 초과금품 수수시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게 되어 있는데 이 조항은 그 다음의 예외조항과 연계하여 해석하여야 오해의 소지가 없어집니다.
예외조항은 '강의사례금', '격려금',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의 금품'이나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이행 금품 등'을 규정하고 특히 맨 마지막 8번째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조항의 의미를 단순히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측면 뿐 아니라 사회상규상 허용되느냐의 여부를 살펴서 해석하여야 합니다. 즉 사회상규상 공직자가 '공짜 돈 봉투'를 받아야만 할 합당한 이유가 있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나 아무 조건 없이 호의로 돈봉투를 돌렸다 하더라도 공직자가 도대체 왜 그 돈봉투를 받아야 합니까? 평소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거나 보험에 드는 것처럼 미래를 예비하는 등 속셈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공짜가 있다면 순수한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기부의 경우에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더 쉽게는 이 법은 '더치페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자 자기 것을 자기가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허용규정이 합리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헌요소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사회상규는 공직자의 부패소지가 없는 정상적인 사생활을 전적으로 보장한다고 생각합니다.

(2) 금품 등 수수와 관련, 예외조항으로 '사교나 의례'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애매한 면이 있어서 이로 인해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검찰공화국', '경찰공화국'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통과된 법은 예외조항으로 '사교나 의례' 등 8가지 유형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8번째 조항은 '그밖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금품수수 시에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사회상규'라는 법률용어는 형법 등 많은 법률에서 이미 사용하는 개념이고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많은 판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 용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 나가는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세부실무지침과 선례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짜 돈 봉투는 없다"는 원칙을 세워나가면 법집행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다가는 오히려 조직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 사회적 평가가 크게 훼손되어 자멸하는 길로 가게 될 것입니다.

*참조판례
"형법 제357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것으로 요하지 않으며,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면 족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및 이와 관련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10.11 선고 2012도13719 판결 등)

(3) 배우자의 금품수수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이 불고지죄나 연좌제금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하여

통과된 법의 배우자 금품수수 관련조항의 요점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지 못하게 하고, 공직자가 이를 알았을 때에는 이를 신고하거나 반환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공직자가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경우에 공직자가 이를 신고하고 반환하게 하여 면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이때 배우자의 금품수수행위가 현행 '제3자의 증뢰물전달죄'(형법 제133조 제2항 뇌물공여 등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금품을 교부하거나 그 정을 알면서 교부를 받은 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으로 처벌되고 이 법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 법이 적용될 경우에는 배우자는 처음부터 처벌의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배우자의 처벌을 전제로 하는 '불고지죄'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배우자의 죄책에 대해 본인이 불이익을 입는 '연좌제'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공무원 등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양심의 자유,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배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법은 배우자, 직계가족,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가 선거법위반을 하여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당선인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로 됨에 비하여 조금 완화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배우자나 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법 위반도 당선자의 선거법 위반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연좌제 운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4) 시민단체·의사·변호사·노동단체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당초에는 공직사회의 반부패문제에 국한하였으나 향후 민간분야로서의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츰 민간분야로 확대하는데 있어 그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공직분야 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반부패 행보를 가속화하여야 할 때입니다.

(5)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 법에 의한 부패척결이 중소자영업자, 골프장 등의 영업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으나 이는 큰 그림을 보지 아니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패를 없애는 것은 동시에 경제적으로 더 큰 성장을 가져옵니다. 부패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부패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낳았습니다. 반부패는 큰 그림에서 경제도약을 가져올 것입니다.

5. 소회

(1) 이 법에 대한 저항

사실 이 법안은 최초 제안이 되었을 때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원안이 발포되자마자 당시 행안부, 법무부 등에서 반발이 거셌고 심지어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장관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2012.11. 제가 권익위원장직을 사퇴한 후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정부안을 만들었는데 이 정부안 자체가 원안에서 많이 후퇴하였다고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국회심의과정에서 여야가 100만원 초과 금품수수의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금지되도록 큰 방침에서의 합의가 이루어져 정무위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이 법에 대하여는 많은 저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 우리 안의 부패심리

이 법에 대한 엄청난 저항세력은 사실은 '우리 안의 부패심리'입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일만 생기면 청탁전화 1통, 돈봉투 1장을 챙기던 우리들 자신의 부패한 습관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법안의 가장 큰 적은 우리들 자신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안의 부패심리와 싸워야 합니다.

(3) 공직자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

이 법은 이 법을 위반한 공직자를 처벌하는데 목적을 둔 법이 아닙니다. 이 법은 "앞으로 공직자에게 청탁전화를 하거나 돈봉투를 가져다주면 그 사람도 처벌받으니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세요"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공직자에게는 거절과 사양의 명분이 되어주는 법입니다. 그러니 이 법은 처벌법이 아니라 보호법이라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언론의 경우도 처벌법이 아니라 보호법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반쪽 법안'에 대한 개선기대

현재 통과된 법은 3가지 분야 중 가장 비중이 큰 한 가지가 빠진 '반쪽 법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하니 최우선적으로 추진하여 이미 통과한 법안과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5) 일단 시행 후 개선추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 통과된 법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시행도 해보기 전에 개정·수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법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오래된 관행과 습관, 문화를 바꾸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단순히 형사법적인 처벌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일단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꾸어보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6) 공론의 장 기대

저는 이 법의 최초 입안자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자문과 협의에 응했고 본인의 소견을 말씀드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개적인 인터뷰나 의견표명은 철저히 자제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법안은 공직자 뿐 아니라 공직자에게 청탁이나 금품제공을 하고자 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므로, 이 법안의 통과과정에서부터 많은 분들이 공론의 장에 참여하고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가 나서서 발언을 자주 하면 저의 선입견으로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을 것을 염려하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7) 인터뷰 사양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도 저는 법안의 최종확정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겠지만 그러나 공개적인 언급은 삼가고자 합니다. 특히 '반쪽 법안'만 통과된 상태이므로 앞으로 추진될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포함된 '전체 법안' 통과시까지 제가 아닌 많은 분들께서 공론의 장에서 많은 토론을 진행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 이후 개별적인 인터뷰는 모두 사양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요청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언론인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8) 국민과 언론에 대한 감사

이 법이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적 같은 일입니다. 국민여러분과 언론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체 법안이 확정될 때까지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이 건강한 방향으로 함께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