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개별급여 증액예산, 내년 집행 먹구름

[the300]세모녀법 국회 통과 지연…한달 미루면 1000억 미지급


(서울=뉴스1) 생활고를 겪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모녀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1층에서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는 메모와 함께 70만원이 든 현금봉투를 남겼다.(서울지방경찰청 제공)/사진=뉴스1

기초생활수급자에 지급 예정인 1조3000억원의 추가예산이 대부분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 집행의 근거가 되는 이른바 세모녀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이하 기초생활법)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5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7개분야 맞춤형 개별급여 사업에 책정된 내년도 예산은 10조6900억원이다. 올해보다 7000억원 늘었다. 

여기에는 송파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추진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의 복지지원 예산이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생활법 개정을 전체로 추가 책정된 예산은 올해 사용하지 못한 2300억원 등을 포함해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기초생활법이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충원을 비롯해 교육, 홍보,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이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선 기초생활법 통과가 필수다. “예산은 관련법이 통과된 이후 집행한다”는 예산결산위원회의 부대의견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행복e음 시스템’ 같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선사업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70억원의 예산이 법안과 함께 묶여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준비작업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관심은 시스템 구축에 걸리는 시간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이 4일 브리핑을 통해 “일정을 서둘러 앞당긴다면 3개월이 필요하는 게 당의 판단”이라며 “당장 통과된다면 내년 2월부터 지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부처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다른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9개월, 아무리 빨라도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새누리당의 계산이 사전 구축을 제한하지 않은 기초연금 시스템을 토대로 한 반면, 이번 사업은 사전 구축이 불가능하고 국가기관의 기초생활수급자 활용 지표로 사용되는 만큼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반년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의 추가 복지예산이 투입되지 않게 되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법 통과가 한달 지연될 때마다 약 1000억원의 예산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며 “대부분 노인이나 저소득 가구다보니 조직력도 없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여야는 해당 법안의 기초생활수급자의 복지지원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조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다소 미흡하더라도 우선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개정하기로 결정한 만큼 제대로 된 내용을 담자는 주장이다.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는 개정안이 송파 세모녀의 경우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안 통과가 불투명함에도 예산에 포함시킨 주무부처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산이 불용처리되면 예산이 없어 지체된 차순위 필요사업에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회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예결위는 2015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중위소득 30% 이하 기초생활수급자에 적용되는 생계급여의 경우 12만명의 추가 예산을 책정했지만 법률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개정 전 수급자인 121만명을 토대로 예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도 “주거급여 1조1000억원의 예산이 이관된 국토부의 경우 개정안 의결이 늦어짐에 따라 집행잔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7개 개별급여 사업 중 주거급여와 교육급여가 올해 처음으로 각각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로 이관됐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안에 예산편성돼 10월부터는 시행될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기초생활법 통과가 지연됐다”며 “법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니 우선 준비해두자는 의미의 예산 편성”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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