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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농해수위의 '세월호 국감'을 방청하던 세월호 유가족이 증인 대기실 앞에 서 있다./ 사진=한정수 기자

"사람이면 어떻게 그렇니. 사람이면! 네 가족들이라도 그렇게 할거야?"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이른바 '세월호 국정감사'. 국정감사를 방청하던 유가족들은 울분을 참지 못했다.

이날은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 김형준 해경 VTS 센터장, 강원식 1등항해사, 신정훈 1등항해사(견습), 김영호 2등항해사 등 세월호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10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국감 내내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증인들에게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증인들의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항해사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겠다" 등 성의없는 답변만을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 현장 구조를 지휘한 김경일 123경비정 정장은 "구조 요청을 한 사람은 다 구조했다. 임무를 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청석 맨 뒷자리에서 국감을 지켜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더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국감 진행 중 "뭘 최선을 다했냐",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오후 5시17분, 국감이 정회되자 대기실로 이동하는 증인들의 뒤를 쫓았다. 증인들에게 "사람이면 어떻게 그렇냐"며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멍하니 증인들이 들어 선 대기실 문 앞에 섰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말 다 방송에 내줄 수 있어요?"라고 반문했다. 목소리에서는 분노를 넘어선 체념이 읽혔다. 아무 말도 안하겠다던 누군가의 어머니는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기억이 안난다잖아.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 한시간 동안 조타실에 있으면서 400명 생각도 못했대. 그게 사람이야?"

"우리 애들이 살려달라고 유리창을 두드려서 손이 시커멓게 돼서 나왔어. 해경이 7명 구해놓고 자기들이 다 구했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 400명 탄 여객선에 123정 한척 보내놓고···"

유가족들은 대기실 앞의 경비원과 교도관들에게 증인들을 잠깐만 보겠다고 했다. "어떻게 쉬는지 보기만 할게요. 쟤들이 그렇게 중요해요?" 돌아오는 건 "죄송하다. 볼 수 없다"는 답변. 가만히 서서 문을 응시하는 유가족들 앞에 국회 경호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교도관들도 한숨만 쉴 뿐이었다.

40분에 재개되는 국감을 위해 증인들이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국회 직원들과 교도관들의 삼엄한 비호를 받으며 국감장으로 이동했다. 유가족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떻할거야 우리 애들 살려내. 내 새끼가 어떻게 나왔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증인들은 국감장으로 입장했다. 유가족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소지품과 몸 수색을 받은 뒤 국감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유가족들은 수색이 모두 끝난 뒤 국감장 안에서 소리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국감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우리가 죄인이야? 내 새끼 보낸게 죄인이야? 누굴 보호하시는데요. 자식들 다 있으시잖아요" 국회 직원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