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 호텔'…시행령으로 국회 피해 가나

[the300]정부 "일자리 창출하는 민생법안" vs 野·시민단체 "교육권 침해·기대효과는 과장"

정부가 청소년 유해시설만 없다면 학교 주변에도 고급 관광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부가 개선안을 26일 열릴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상정키로 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숙원이었던 호텔 건립 사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로구 송현동 일대에 위치한 이 호텔 부지는 풍문여고, 덕성여중·고와 인접해 학교반경 200m 이내에는 관광호텔을 신·증축할 수 없다는 현행법에 막혀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25일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 예정 부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전경. 2014.3.25/사진=뉴스1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데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확충하는 법(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 2017년까지 1만7000여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박근혜 대통령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최근 청와대가 '민생 안정'을 위한 주요 경제법안 19개 중 하나로 뽑힌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민생법안'과 '특혜법'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발의된 시간은 2년여가 흘렀다.


◇유해시설 뺀 호텔…정부 "투자효과 7000억원·일자리 1만7000개 창출"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의 보건 및 위생,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로부터 200m 안을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호텔은 이 법에서 유해환경으로 분류돼 정화구역 내 건립이 막혀 있는 상태다.

2012년 10월9일 정부가 발의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유흥시설이나 사행행위장 등 유해환경을 제외한 100실 이상의 관광숙박시설을 제한해 학교보건법이 설정하고 있는 정화구역 안에 호텔이 건립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개정안 통과를 위한 근거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광 경쟁력 확보를 든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이 △2005년 71만명 △2010년 188만명 △2013년 433만명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요조사는 수도권 기준 올해 호텔 6700실이 부족하며 △2015년 7100실 △2016년 7400실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이유로 호텔을 건립한다면 민생경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정부는 호텔건립을 통해 2017년까지 투자 효과가 7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일자리로는 1만7000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지난달 3일 당정협의에서도 재차 통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국 60여곳에서 호텔 건립이 추진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특혜법?…"교육권 침해하고, 질 낮은 일자리 창출 될 것"


관광진흥법이 2년째 국회에서 계류중인 주요 배경은 특혜법 논란이다. 대한항공이 구 미대사관 숙소부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3만7141㎡에 호텔을 건립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정부 발의안이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기 위해 발의된 것이라고 비쳐졌다.

시민단체는 추진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지난해부터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반대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법이 개정될 경우 가장 수혜를 입는 기업은 송현동 부지를 소유한 대한항공"이라며 "정부는 기업투자환경개선과 경기활성화 등으로 포장한 호텔건립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수혜 대상은 20여개 업체로 수정안을 통해 논란 기업이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법 논란 외에는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축소로 학교 주변 유해환경이 늘어 학생들의 교육권과 보건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설립 요건을 강화해 학교에서 50m 이상의 거리를 확보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해당 호텔에 유해환경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호텔 주위로 몰리는 불법적 환경까지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보건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관광을 진흥 시킨다는 것은 명분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밝히는 건립 근거와 기대효과도 과장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경실련은 "호텔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2012년 호텔이용률이 평균 78.9%였다"며 "지난해말 기준 서울시내 신규사업계획에서 승인된 호텔이 모두 지어질 경우 되레 호텔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 호텔업을 포함하는 숙박업의 임금 수준은 전체 업종 근로자의 75.1%에 불과하며, 임시일용직 비율도 79.2%에 달해 정부의 고용창출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도 "정부가 강조하는 1만7000개 일자리 창출도 호텔 청소노동자나 카운터 아르바이트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훈령으로 개정안 길 터준다?

법안은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대에 막혀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개정안 통과에 유리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개정안 통과의 길을 터줄 수 있는 자체 훈령을 최근 행정예고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 제정안'을 교육부 훈련으로 재정해 행정예고했다. 교육부는 제안 이유로 "학습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해시설 없는 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 정화위원회의 운영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훈령 내용으로는 정화구역 내에 유해시설이 없는 100실 이상의 호텔 설립을 건립하고자 하는 사업자에게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 사업추진 계획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담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유사 내용이 담겼다며 훈령을 정부의 꼼수 내지 개정안 통과의 압박으로 비판한다. 경실련은 12일 "학교정화구역 내 호텔건립 허가를 전제로 한 교육부의 심의규정 제정을 반대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앞서 11일 논란과 관련, "투자내용을 정화위원회 위원에게 설명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민원절차의 개선 차원"이라며 "상위법 충돌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훈령제정은 대한항공 특급호텔 설립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문위 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훈령으로 만들어도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겠나"라며 "시장과 교육감 반대에도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신임 교육부장관은 지난 7일 진행된 청문회의 서면질의를 통해 '학교 앞 호텔법'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교육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와 시설을 금지하는 정화구역제도의 운영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설치할 경우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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