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나선이론'…세월호 국면 속 숨겨진 '표'는 어느 쪽?

[the300]세월호 정국, 야당 우세 여론조사 지속…실제 투표일 표심은?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문화체육센터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우리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숨어 있어서 여론조사에 노출되지 않는다. 투표함 뚜껑을 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판세가 녹록하지 않은 정치인들의 선거철 단골 멘트다. 정치적 성향 공개를 꺼리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는 지지성향을 공개하지 않다가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투표장에서는 본심을 드러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뒤지고 있는 여론조사 추이를 애써 외면하는 안타까움일 수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통용되는 이 전제는 '침묵의 나선이론'에 근거한다.

◇천안함 여파···'침묵의 나선이론' 증명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침묵의 나선이론'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성향이 있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박빙지역의 경우 실제 결과와 상관없이 여론조사는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 분위기이기 때문이 야당 지지층 성향을 여론조사 과정에서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분명해 진다.  

2010년 당시 서울시장 선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여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야당의 한명숙 전 대표가 맞붙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오 전 시장이 적게는 12%p에서 많게는 20%p넘게 한 전 대표를 앞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47.4%대 46.8%, 오 전 시장의 신승이었다.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 사회적 이슈였다. 여당 지지층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야당 지지층은 침묵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졌던 셈. 


◇세월호 정국, 야당 우세 여론조사 지속

올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되는 여론조사 추이는 정반대 양상이다. 관심 선거구와 수도권, 전통적인 여당 텃밭 지역의 판세가 야당에 불리하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9일 발표한(25~26일 실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의 경우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39.6%로 50.5%의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뒤져있다.

경기지사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 38.6%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 34.3%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인천시장은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가 39.5%로 41.4%인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에 뒤져있다.

특히,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인 부산에서도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41.0%의 지지율로 40.2%의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상황이다. 


같은 날 서울신문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기간 동안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은 정 후보 32.7% 박 후보 45.5%, 경기는 남 후보 33.6% 김 후보 29.5%, 부산 서 후보 35.1% 오 후보 34.1%로 나타나 야당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


천안함 사건이 있었던 2010년과는 반대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낳고 있는 세월호 참사를 의식한 여당 지지층이 '침묵의 나선' 안으로 숨어 '부동층' 행세를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투표날 다른 상황 전개" vs "40대 표심이 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판세가 투표 결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지정당이나 지지성향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무당파로 분류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새누리당 지지층으로 봐도 된다"며 "2010년 당시 천안함 사건으로 야당 지지층이 숨죽이고 있었듯이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이 여당 지지층을 침묵시키는 것이다. 일단 투표함을 열면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탄돌이' 열풍을 일으켰던 2004년 17대 총선 결과처럼 여론조사 추이가 최종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야권 후보의 여론조사 강세는 40대 표심의 영향 변화가 원인"이라며 "2030세대의 투표율, 총선과 대선에 비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50대 이상의 결집여부가 야당 우세 추세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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