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북미협상 ‘연내 시한’의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핵’이라는 단어를 담아 “중대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힌 만큼, 협상이 결렬될 경우 북한의 ‘새로운 길’은 핵 능력 고도화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 내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지난 7일과 13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한의 ‘중대 시험’을 ICBM의 2단 엔진 개발과 관련한 엔진 연소시험 목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단 추진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7분 이상의 연소시간을 버티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ICBM을 실제로 발사하기 위해 10~20t급 2단 엔진을 새로 개발해 시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당장 ICBM을 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연내 시한을 설정해 놓은 만큼 이달 말까지는 미국의 태도변화를 지켜본 뒤 ICBM 발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북한이 연말시한을 먼저 제시한 상태에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ICBM 중단을) 결정한 만큼 이달 하순 당 전원회의를 열어 그 결정을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지금 ICBM을 쏘는 것은 이르다”며 “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ICBM 중단의 취소 결정을 내리면 족쇄가 풀리기 때문에 새로운 길로서 ICBM도 발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측근 “ICBM 쏘면 충돌의 길로 접어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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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하누카 리셉션 중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방수권법(NDAA)이 의회를 통과하는 즉시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2019.12.12.

북한이 내년 초 ICBM을 시험발사하면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자국 본토 타격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의 ICBM에 대해선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예고해왔다.

북한이 2017년에 발사한 ICBM급 화성-15형의 사거리는 1만3000km 수준으로 추정됐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당시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 전략'이 검토됐다.

북한은 연말시한 내 북미협상이 빈손으로 끝나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견제하고 대미보복 능력을 신뢰성 있게 보여주기 위해 요격이 어려운 다탄두 ICBM 개발 등 높은 수위의 도발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분석이다.

미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 만큼은 이미 미국 본토를 충분히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미 본토에 다다르는 순간 정확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2017년에 이어 ‘2020년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협상국면에서 처음으로 군사적 대응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보도된 정치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에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실제 도발이 이뤄지면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ICBM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윈윈' 합의를 이뤄낼 마지막 최선의 기회를 깨뜨리는 게 될 것"이라며 “우린 충돌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 길로 간다면 (되돌아올) 다리를 불태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