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 열세에 갇힌 한국당…선거 앞둔 보수 결집 효과 얻을까

[the300]여권에 '날치기 예산' 프레임 공세…대여 투쟁 전환 동력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가운데)와 심재철 원내대표(둘째줄 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통과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예산 통과로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11일 여당과 범여권 연합에 밀렸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수적 열세를 확인했다는 자괴감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오히려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108명' 수적 열세의 번뇌=국회는 지난 1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161명의 공동 발의로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했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의석 수를 확보한 결과다. 예산안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장관 겸직 의원들(김현미·박영선·유은혜·진영)까지 모두 본회의장 의석을 지켰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막판까지 여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간 협상을 주문했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머릿수'에서 우위를 점한 민주당이 움직이자 한국당의 무더기 항의는 국회 안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예산안 수정안 공동 발의에 참여한 162명의 '범여권'이 국회의 의사정족수인 148명을 충분이 넘는다. 반면 의원 수가 108명뿐인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14명)와 우리공화당(2명), 보수 성향 무소속 의원들을 다 합쳐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국당 내에서도 "결국 수적 열세 때문에 밀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향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국면에서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당의 어떤 저지 속에서도 4+1 협의체와 손잡고 어떤 입법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회의도 나온다.

한국당은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 차원 협상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 시한까지 시간을 끌려는 전략을 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전날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속개 직전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70여건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예산안부터 상정하자 손을 쓰지 못하고 "날치기 처리"라는 항의만 이어갔다.

이미 앞선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한국당은 수적 열세를 경험했다. 2017년 12월 2018년도 예산안 처리 당시에도 한국당이 보이콧 전략을 취하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만으로 예산안과 부자증세안(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가결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정우택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국당 의원들이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등에게 몰려가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빠른 대여 공세 국면 전환에 기대감도=다만 일단의 '패배'가 이후 대여 공세에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한 한국당 의원은 "여당이 전투(원내)에서 이겼다고 전쟁(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원내에서 한국당이 밀려도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선거 준비 과정에서 보수 세력 결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당은 민주당 등의 예산안 처리와 동시에 곧바로 '날치기'라며 항의를 쏟아부었다. 심재철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등이 잇달아 성명을 내며 민주당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당은 '세금 도둑 민주당'을 주장하면서 대여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이 한국당과의 합의 없는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각을 세우면서 보수 지지세력을 결집해보겠다는 심산이다.

황 대표 역시 이날 "앞으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겠다"며 투쟁에 돌입했다. 황 대표도 "이제 저들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마저 조만간 날치기 강행처리하려 할 것"이라며 "좌파 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가 임박했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한국당은 오는 14일과 21일 등 2주간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 투쟁도 계획 중이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