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동료선원 16명을 살해한 북한 선원 2명을 북측에 인계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 지난달 5일과 같은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부산 초청’ 친서를 보낸데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낸 날과 북측 선원의 인계를 통보한 날이 일치한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선원의 강제 송환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1일 북한 매체의 공개로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부의 ‘물밑작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졌다.

김 장관은 “두 가지는 전혀 관계없다”며 “송환은 해당 관계부처에서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주어진 시간에 처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보낸) 조의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장을 작성해서 보낸 것이 우연히 일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친서를 공개한데 대해선 “남북관계에 대해 신뢰가 많이 약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에도 남북관계 경색국면 때 비공개 사항을 북한이 공개한 적이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대남 불신의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이 여러 매체를 통해 남북관계를 평가하고 있는데 일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제재나 국제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 요지 같다”고 분석했다.

◇“금강산 임시숙소 340개 방치, 정비 필요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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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２온정각,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조선측에서 건설한 대상들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일대를 돌아보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019.10.18.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북한과의 금강산 시설철거 문제에는 “정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공감한다’는 정도까지는 와 있다”며 “금강산 관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를 임시숙소로 사용한 적이 있다. 그게 지금 340개 정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게 그동안 방치돼 있는 게 사실이다. 사업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갖고 있고 아주 초보적인 형태의 정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정부가 말하는) 정비라는 것을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 남측시설 일방철거 압박에 ‘일부 정비’라는 절충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 낙후된 일부 시설의 철거를 수용해 일방철거를 막는 한편, 북측과 금강산 재개·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금강산 관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남북협의”라며 “국민이 안심하고 관광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부분은 정부가 염두에 둬야 할 굉장히 중요한 목표”라며 “전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남북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산·갈마 관광지구의 공동개발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원산·갈마 투자 문제는 전망과 조건, 환경이 마련돼야 논의가 가능하다"며 “구체적 제안이 아니라 여러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남북이 만나야 구체적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대북 쌀 지원, 진전 없으면 연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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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국내산 쌀 대북지원 추진과 관련 설명을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06.19. scchoo@newsis.com

김 장관은 유엔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쌀 지원이 북한의 거부로 막혀있는 상황에 대해 "이 문제는 진전이 안 되면 (연말 안에) 종료를 해야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WFP를 통한 지원은 남북간 소강국면에서 양자 차원의 협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WFP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WFP가 북한이랑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쌀 5만t 지원은 중단돼 있다”고 했다.

이어 "WFP에 지원한 금액은 회수가 가능하다"며 "(쌀) 포장지 같은 경우도 최종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재활용 대책도 세워져 있다"고 말했다. 대북 쌀 지원의 종료 시점에 대해선 "가능하면 연말 회계연도를 넘기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6월 WFP를 통해 쌀 5만t을 지원하기로 하고, 쌀 운송·분배·모니터링 등에 필요한 비용 136억2400여만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해 WFP에 송금했다. 정부는 사업비용의 회수 또는 이월 여부를 이달 중순 안에 결정해야 한다.

◇“北이 핵포기 가능하도록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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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달 중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로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가 거론된다. 사진은 지난 2월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2019.07.04.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김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의지를 평가하기보다는 남북정상과 북미정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이행해서 목표지점까지 가느냐 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포기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의지는 협상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협상을 해나가면서 의지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비핵화를 이끌어낼 정부의 수단에 대해선 “한미간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취임 후 4번 정도 만났다. 비핵화 협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남북관계 공간에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책결정 과정의 특성을 보면 (김 위원장) 신년사의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1년 동안 전략적 방향이 정해지면 실무자들이 변경시킬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달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2020년 전반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 달 북미 실무협상을 통해 북핵문제가 초보적이지만 해결 프로세스에 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