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꼭]'케미포비아', 얼마나 유해한지 아무도 모른다

[the300]인체를 중심으로한 위해성평가법, 2년째 상임위서 '쿨쿨'

편집자주  |  30%를 밑도는 역대 최저 수준의 법안처리율, 정당도 조장하는 보여주기식 법안 건수 경쟁. 내년 총선까지 약 5개월 임기를 남긴 20대 국회가 법안을 대하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수없이 호소하고, 기업인들이 사정을 해도 중요 경제·산업·민생·혁신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 20대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만은 꼭 처리하길 바라며 우리 국민들 삶에 당장 필요한 법안들을 머니투데이 더300(the)이 다시 소환했다. 이 법안만은 꼭!

가습기 살균제 사태(2011년) - 살충제 계란 파동(2017년) - 발암 물질 생리대 파동(2017년) -액상형 전자 담배 논란(2019년). 

각종 독성 물질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과 공포·혐오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케미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응책이 발표되지만 제품과 품목만 바꾼 '각종 파동'은 해마다 반복된다.

◇정말로 살충제 달걀은 126개까지 먹어도 무해한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살인무기로 둔갑했다. 피해자들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완전이 없애준다는 업체의 말만 믿었다. 역학조사 결과 총 1335명이 사망하고 4705명이 피해를 입었다(2018년 8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SK케미칼이 1991년 유공이었을 당시 개발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PHMG와 CMIT/MIT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된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PHMG와 CMIT/MIT는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해서 가습기 살균제 뿐 아니라, 샴푸, 물티슈 등 여러 가지 제품에 이용된다. 그러나 이들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이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이후 국회는 2013년 화학물질의 유해성 입증 의무를 기업에게 부과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제품은 계속 나왔다.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 2019년 '액상형전자담배 유해성 논란'등 유사한 사례가 반복됐다. 

유해성 논란이 생길 때마다 역학조사를 실시하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단일 제품만 평가하면 끝?

현재 식품·의약품·위생용품 등의 유해성 평가는 각 소관 법률에 따라 각 제품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식품위생법·축산물 위생관리법·화장품법(이상 식약처), 화평법·환경보건법·석면관리법(이상 환경부) 등 여러 부처의 여러 법이 한 제품의 유해성을 개별적으로 따진다. 단일 제품 중심의 유행성 평가다. 

이 때문에 정부 스스로 역학 조사 결과를 스스로 번복하기도 한다.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정부는 역학조사 결과 “영·유아는 하루 24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무해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살충제 달걀에서 발견된 유해물질인 ‘피프로닐’이 단일제품을 통해서만 흡수되는 경우로 가정해 발생한 오류다. 

현행 법 체계에선 다양한 노출 경로로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인체’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예컨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방수용 운동복, 주름 방지 셔츠, 가전제품 등의 긁힘 방지 코팅제에 등에 포함돼있다. 손세정제 등을 통해서도 흡수되고 침실의 나무로된 가구에서도 묻어나온다. 병원의 고온살균 플라스틱에서 노출될 수도 있다. 

노출원이 다양하다보니 유해성 문제가 발생해도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찾기 어렵다. 각각의 제품에서 흡수되는 양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인체에 축적되면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다.

그러나 식품, 의약품, 화장품, 위생용품, 건강기능식품, 의약외품, 포장지 등 다양한 경로(흡입, 섭취, 접촉 등)를 통해 유해물질이 인체에 축적됐을때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통합적인 위해성 평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일제품 중심 아닌 인체 축적량을 중심으로 위해성 평가해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대표발의한 '인체적용제품 등의 위해성평가에 관한 법률안'은 이처럼 인체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제품과 물질이 가지는 위해성을 인체를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해요인이 인체나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미치는 위해 여부와 그 정도를 과학적으로 예측하자는 취지다.

제정안에 따르면 인체 적용 제품과 물질에 대한 독성시험과 위해성평가, 통합위해성 평가 등을 실시하고 위해성평가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소비자가 위해성 평가를 요청하면 위해성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위해성평가가 끝나기 전이라도 필요할 경우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잠정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인체 위해 방지 의무를 부과하자는 내용과 위해성평가 등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전문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내용도 담고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같은 통합 위해성 평가 기구를 두고 있다. 독일은 연방식품농업소비자보호부 산하에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이 설치돼 있다. 프랑스는 보건부, 농업부, 환경부, 노동부, 소비자부에 대응하는 위해평가 전담기관으로서 식품환경위생노동청을 두고 있다.

◇국민 관심서 멀어져 2년째 상임위에서 잠든 법

그러나 이 법은 2017년 12월 발의된 후 2년째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2018년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제안 설명을 진행했을 뿐 단 한차례도 상임위에서 논의하지 않았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안도 아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8년 10월 각 제품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평가·관리되고 있는 유해성을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는 내용을 담은 ‘식품·의약품 등의 위해성평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법안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여야에 이견차 때문에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위에서 심사가 진행된다면 두 법을 병합해 심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지금은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진 상황이라 소위 안건 상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의 중요도에 따라 심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관심사에 따라 법안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관행을 꼬집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이 아니라 제정법이라 공청회도 해야하고 임기말에 손 대기에 여러모로 부담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간 역할 조정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관계부처가 이 법안에 내놓은 의견만 봐도 자칫 부처간 ‘영역다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개별법에서 위해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추가사항이 필요할 경우 해당법률 개정이 바람직하다”며 “별도 법률의 실시 필요성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경부는 “(법에서 규정하는) 인체적용제품과 인체적용제품에 포함된 물질은 모든 제품과 물질을 의미하므로 소관 범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관련 송병철 국회 복지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해당법은 인체적용제품에 포함된 물질’은 화학적·생물학적·물리적 물질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이같은 물질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 소관제품의 제조·가공에도 사용하고 있어 부처 간 조정·협력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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