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쟁 막았다"는 트럼프…北, 도발로 흔들까

[the300]특유의 ‘과장화법’으로 대북 치적 과시…北, 연내시한 압박 필요성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9.11.27 15:26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성 참정권 획득 100주년 기념주화 발행 법안 서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라 여성 참정권 획득에 주요 역할을 했던 여성들을 기리는 디자인의 1달러짜리 은화가 2020년에 발행된다. 2019.11.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기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쟁 발발 시 최대 1억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피해 규모까지 대략적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나 아니었으면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도발 억제를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연내 시한을 압박하기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 전기(傳記) 작가 더그 웨드가 26일(현지시각) 발간한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 그의 대통령직에 관한 진짜 이야기(Inside Trump's White House: The Real Story of His Presidency)’에 실렸다.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웨드 작가와의 백악관 만찬 자리에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을 벌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000만에서 1억명의 사람들이 죽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1억명의 구체적인 근거는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한국 인구가 5000만명, 북한 인구가 2500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등 미측 사망까지 포함한 실제 숫자이거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 화법’으로 보인다.

“서울은 국경선과 가까워 3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는 발언도 과장됐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서울 인구는 976만명이다.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전쟁을 막았다는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숫자를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대북치적 내세우는 트럼프…北, ‘협상을 위한 협상’ 경계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살만 빈 하마드 알할리파 바레인 왕세자와 회담하며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며 "나중 어느 시점에는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9.09.17.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취임했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언사는 매우 거칠었다"며 "만약 내가 거칠게 하지 않았더라면 즉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쟁을 막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대화국면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도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를 비롯해 여러 계기 때마다 이런 발언을 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북한 문제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대선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북한으로서는 북미대화의 끈이 유지되고 있지만 실무협상 재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내 시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다 강한 대미(對美) 압박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성과를 내려고 하지 않고 대화국면을 지속하는 수준의 협상만 이어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태도를 흔들기 위해 조만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높은 수위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하면 내년부터는 다시 첨예한 대결구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새로운 길’을 천명한 북한이 내년 2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특대형 도발로 극단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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