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협상가 '3金' 내세워 美압박 몰아치기(종합)

[the300]김계관·김영철 이어 김명길 등장…‘美 적대정책 철폐’ 협상조건 제시

【스톡홀름=AP/뉴시스】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2019.10.06.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연내 시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협상 테이블을 흔드는 모습이다.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미협상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기자와의 문답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되어 있다”고 했다.

이날 새벽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와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전날 담화에 이어 김명길 대사까지 하루 새 대미 메시지를 3차례 쏟아낸 것이다.  

북한은 대미 협상에 몸담았던 이들 3명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해야 북미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압박함으로써 '선 대북 적대시 정책철회, 후 비핵화 협상'이라는 새로운 협상조건을 제시했다.

특히 김영철·김계관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폐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하는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자랑거리 주지 않아" 도발재개 위협

김영철 위원장은 "우리는 바쁠 것이 없으며 지금처럼 잔꾀를 부리고 있는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1년도 퍽 넘게 자부하며 말끝마다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계관 고문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대선국면에서 북핵 위협 제거를 대북 외교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상황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북미관계를 이어가려 한다면 '새로운 길'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나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단, 체제안전보장 등을 먼저 제시하지 않을 경우 비핵화 대화가 무산되고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北 “스웨덴 등 3국 내세우지 말고 美 직접 나와라”

북한은 미국이 스웨덴 등 3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명길 대사는 “지금 조미사이에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연락통로나 그 누구의 중재가 없어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더 이상 3국을 내세우면서 조미(북미)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 이상 조미 대화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대사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셈법을 미국이 직접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는 한 그 어떤 중재에도 호응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라는 결단만이 비핵화 협상의 재개와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라며 “선 대북 적대시 정책철회, 후 비핵화 협상이라는 새로운 협상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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