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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일왕즉위식 한국 측 참석자로 이낙연 총리를 유력하게 검토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전날 일본 NHK는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약 15분간의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성사된다면 아베 총리와 한국 정부 인사 간에 열리는 1년1개월만의 회담이다.
수출규제 등 일본이 올해 단행한 일련의 대(對)한 보복 정책은 사실상 총리실이 키를 쥐고 추진해 왔다. 외무성 등 부처 차원의 협의만으론 갈등을 푸는 데 한계가 있었던 배경이다. 갈등의 실타래를 풀 결정권도 사실상 아베 총리에게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같은 교착국면에 아베 총리와 직접 만나는 자리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 총리는 일본어에 능통해 회담을 통역없이 할 수 있다. 약 15분의 짧은 시간 동안에도 어느 정도 밀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왕즉위식이 갈등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 배경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한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주체로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1+1)이 참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일본 전범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한국 기업이 분담하는 절충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어떤 방식이든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국 '정부'가 배상에 더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민사소송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어느 한 쪽이 기본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뚜렷한 해법이 마련되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연말쯤이면 일본 피고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압류·매각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법원의 확정 판결 후 피해자들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한국 내 자산 압류·매각을 신청했다. 이 절차가 빠르면 연말 집행될 수 있다. 사법 절차 등으로 물리적인 일정이 내년 초께로 늦춰질 순 있지만, 자산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한일간 갈등이 확전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왕즉위식 참석을 통한 한일 정상간 '톱다운' 식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말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기간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협정(지소미아) 종료일을 한참 넘긴 시점인 데다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등이 집행될 수 있는 때여서 파국을 피하려면 그 전에 접점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 종료가 일본 방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에서 "(지소미아) 종료로 방위에 직접적 지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 했다. 북한의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서도 "독자적 정보수집에 미국과 정보협력을 더해 만전의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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