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직거래' 원하는 김정은…협상의지 '물음표' 여전

[the300][런치리포트-스톡홀름 노딜]①北 셈법 고수하지만…배드딜은 없다

해당 기사는 2019-11-1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미회동을 마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배웅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협상 의지에 달린 물음표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안한 정치적 입지를 활용해 핵을 최대한 오래 보유하면서 핵심 경제제재 해제를 노리는 ‘직거래’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7일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 방안을 모색했다. 반면 북측은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밝힌 대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에 대한 보상을 주장했다.

미국은 북측의 요구에 석탄·섬유 등의 제재 조치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카드를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 이후에 진행돼야 할 핵 신고 및 반출 등 다음 단계 스케줄(로드맵)을 확정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은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북측은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 새로운 방법이 없었다”고 했지만, 정작 빈손으로 나온 것은 자신들이었다.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5개 경제제재 해제를 걸었던 것과 가까운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미국이 ‘일괄타결 빅딜’에 가까웠던 입장을 수정, 단계적 해결방식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과 차이난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들이 압박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재선 등 정치 일정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명길 대표가 “ICBM 시험발사 중지를 유지할지 여부는 미국 측에 달려있다”고 한 게 그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과를 ‘없던 일’로 만들어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벼랑끝 전술을 썼다. 

같은 맥락에서 실무협상 보다 ‘톱다운’으로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명길 대표는 “앞으로 북·미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고 그 시한은 올해 말까지”라며 연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에 일부 양보를 하면서 ‘톱다운 딜’ 성사를 노릴 것이라는 기대다.

문제는 북측의 셈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no deal)’이 ‘배드딜(bad deal)’ 보다 낫다는 점을 지난 하노이에서 보여줬다.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핵심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배드딜’이 성사될 경우 오히려 미국 내에서 심각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북측이 “끔찍한 사변”을 거론하며 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하는 것 역시 자충수다. 만약 김 위원장이 ICBM 발사를 재개할 경우 자신이 천명한 ‘경제총력’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중국도 북측을 도울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 한반도가 ‘화염과 분노’ 국면으로 회귀하고, 경제적 혜택까지 받지 못할 경우 김 위원장의 국내 정치적 위상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식 셈법만 앞세우는 것에 따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 남북미 간 진행돼 온 협상의 기본 전제가 “김 위원장은 기존 북측 지도자와 결이 다르다”이다. 

김 위원장도 선대와 같이 ‘시간 끌기식 협상’에만 골몰하는 지도자임이 확인될 경우 ‘신뢰’를 기본으로하는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의심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번 ‘스톡홀름 노딜’이 북측의 단순 기싸움일 경우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 결단을 한 상황이 아닌 이상 북미 간 딜이 성사되기 어렵다. '노딜'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협상도 필수다. 

북미 협상 중재에 올인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문이 완전히 닫힌 게 아니다"고 반응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결단도 없이 핵 협상을 시작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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