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재개 등 북한의 대미(對美) 메시지 발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9일 정권수립 71주년 기념일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별다른 이벤트 없이 넘어갔다.

올해의 경우 북한이 특별하게 챙겨온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데다,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해 상당한 인명·재산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대외 메시지보다는 내부 민심 챙기기를 우선했다는 관측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공화국은 자주로 존엄 높고 자력으로 비약하는 위대한 강국이다’는 제목의 논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지난 70여년간 주체강국,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국가로 우뚝 섰다”고 했다.

이어 "최고영도자동지의 정력적인 영도에 의해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지위와 국력은 비상히 강화됐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핵 무력을 보유하게 된 북한 정권의 전략적 위상을 과시하고 인민들의 충성과 헌신을 강조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쿠바 공산당 총서기 등이 축전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사회주의권 지도자들과의 우호 관계를 선전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북한은 또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의오늘 등 선전매체에서는 71주년 경축 코너를 개설해 운영했다. 각종 축하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찬양글을 올리며 정권수립일을 기념했다.

다만 지난해 70주년 정주년 때처럼 고위급 외빈을 초청한 열병식(군사퍼레이드)과 군중시위, 집단체조 등의 기념행사는 올해 빠졌다. 김 위원장은 정주년이 아닐 때는 열병식 없이 중앙보고대회와 연회 위주로 소규모 행사를 치렀다.

◇김정은, 피해복구 총력 '민심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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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제13호 태풍 '링링' 북상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김 위원장은 정권수립 기념일 관련 행사보다 태풍 피해복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작물 피해로 인해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태풍이 북한에 상륙하기 전인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해 재해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와 복구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하며 김 위원장의 신속한 대응을 띄웠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진두지휘로 태풍 피해가 최소화돼 인민들이 감동했다”며 “영도자와 인민의 일심단결만 있으면 이 세상에 당해내지 못할 대적도, 점령 못 할 요새도 없다는 것이 공화국의 70여년 역사가 가르치는 철리”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피해상황을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국가비상재해위원회 명의로 피해상황 관련해 보도가 있었다.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해 북한지역에서는 8일까지 5명이 사망하는 등 총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살림집 460여 세대와 공공건물 15동이 부서지거나 침수됐다. 농경지 피해 면적도 45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는 북한의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지원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지금은 일단 북한의 피해 상황 보도라든지, 또 북한 내 상주하는 재해·재난 관련 국제기구들 쪽에서 나오는 피해 상황 보도를 유심히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풍의 규모라든지 피해 상황에 따라 (정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