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은퇴후 여행' 대신 국회에 짐푼 사연…"말조심은 기본"

[the300]기자 출신 임광기 국회 방송국장 "유권자-의원 가교 역할하겠다"

임광기 국회방송 국장/사진=국회방송 제공
"이삿짐 정리는 새로운 이사를 갈 때서야 비로소 끝난다. 꾸준히 짐을 정리하며 살아간다"

이제 막 이삿짐을 펼친 사람이 있다. 짐의 상태는 어떤지, 위치는 어디가 좋을지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핀다. 새로운 ‘집’을 잘 다듬겠다는 각오에서다. 지난 7월 국회방송국으로 이사 온 임광기 신임국장. 임 국장은 SBS 기자 출신이다. ‘평화로운’ 정년퇴직을 3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국회방송은 생각지 않았던 일자리다. 그는 은퇴를 앞두고 ‘건강, 재미, 보람’이 있는 삶을 그렸다. 새 직업을 준비하진 않았다. 임 국장은 “기업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과 학생·학부모들을 위한 스토리텔링 강의, 이른바 ‘재능 기부’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따금 여행도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국회방송이 그를 찾았다. 국회방송은 개국 이래 15년간 국회의장이 방송국장을 직접 임명해왔다. 올해부터는 ‘후보자 추천위원회’제도를 도입했다. 외부위원이 참여해 선발절차 전문성·중립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임 국장이 첫 타자가 됐다. 

임 국장은 “채용방식을 바꾸면서 내게 기회가 왔다”며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전체를 총괄하는 일은 해보지 않았으니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지상파 방송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국회방송을 봤을 때 미흡한 부분이 보였다”며 “국회방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지원 계기를 설명했다.

적응기간 두 달은 치열했다. 국회방송 직원 170명을 모두 일대일로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는 “개개인의 애로사항을 모두 듣다보니 퍼즐 조각이 모아지는 듯 했다”고 말했다. 

평생을 일한 민간조직과 다른 점도 많았다. 임 국장은 국회방송의 ‘벽’ 세 가지를 꼽았다. △인사 책임자 권한이 약한 점 △적은 예산 △지나친 안정성 추구 등이다. 그는 “민간 조직보다 아무래도 도전정신과 창의력 등이 미흡하다”면서도 “공무원 조직의 장점인 책임감은 또 뛰어나다”고 말했다. 임 국장은 “민간조직과 공조직의 장점들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게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늦깎이’ 공무원이 되면서 자유시간은 줄었다.  언행도 조심해야 한다. 임 국장은 “국회방송의 제 1원칙이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방송은 물론이고 평소 말이나 행동에서도 공정하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도 예전엔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했다”며 “요즘은 ‘미안해. 생각은 있어도 말은 못해’라고 한다”고 웃어보였다. 

임 국장의 혹독한 노력 때문인지 국회방송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는 “벽이 있다고 일을 안할 순 없지 않느냐”며 “CI 로고와 CG(컴퓨터그래픽) 등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부터 고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방송은 재미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임 국장은 “30년의 기자생활동안 ‘남들이 하는 것처럼만 하지말자’고 생각해왔다”며 “지금까진 유권자들이 소외된 방송이었다면 이젠 형식의 재미를 꾀해 의원과 유권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권자와 의원 간의 가교역할. 그가 꿈꾸는 국회방송의 미래다. 임 국장은 “개인적 목표는 없다”며 “국회방송이 국민들에게 좋고 필요한 방송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싸우는 국회, 저질 국회가 아니라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