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훈련 비생산적" 선넘자…美대사에 유례없는 항의 ‘초강수’

[the300] '물밑조율' 대신 사실상 초치 '공개항의'...지소미아 연장 요구·독도훈련 문제제기 배경인 듯

【서울=뉴시스】27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심포지엄'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08.27. (사진=코이카 제공) photo@newsis.com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가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고 ‘논쟁’하는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소미아 불연장 결정으로 미국이 사실상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한미간 냉기류가 또렷하다.

외교가에선 지난 28일 조세영 1차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면담을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조 차관은 이날 오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반복되는 (비판) 메시지 발신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조 차관과 해리스 대사가 한일관계 현안과 한미관계 전반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했다”며 이례적으로 만남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동의 성격을 ‘면담’으로 표현했으나 외교 소식통이 전한 ‘공개 비판 메시지 자제’ 등의 내용을 감안하면 주재국 고위 당국자가 특정 외교 현안에 대한 불만과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해당국 대사를 소환하는 ‘초치’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초치’는 사전적으로 ‘불러들인다’는 의미지만 단순 면담과 협의와는 다르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차관이 미국 대사를 불러 현안에 대해 얘기한 전례는 적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외교차관과 주한 미 대사는 카운터파트여서 워낙 많이 만나 왔다”며 “초치라고 할 성격의 만남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최우방 동맹국인 미국 대사를 불러 ‘이견’에 대한 불만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언론에 알린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2004~2005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주한 미 대사가 한국 외교부에 불려 간 적은 있겠지만 그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간 이견이 발생하면 물밑 조율로 입장차를 좁히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정부가 한미간 ‘불협화음’을 감수하고 강수를 둔 배경엔 미국의 공개 불만이 계속될 경우 한미동맹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경제보복 철회 요구엔 귀를 닫은 채 추가 보복조치를 만지작거리는 일본 정부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실망감 표현을 넘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라는 요구가 국익에 기초한 주권국가의 외교적 행위와 판단에 동맹국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독도방어 훈련에 대한 미 고위 당국자들이 잇단 문제 제기가 결정적인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독도 훈련의 시기와 규모 등을 거론하며 “생산적이지 않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독도가)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될 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독도는 누구의 땅인가. 어떤 국가가 자국의 주권,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위에 대해 쉽게 이야기돼선 안 된다”고 했다. 조 차관도 해리스 대사에게 "고유의 영토를 수호하려는 연례 방어훈련에 대한 미국의 이례적인 입장 표명이 우리의 진정한 의지와 의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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