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R&D 한해 예산 20조…핵심기술은 '빈 곳간'

[the300]기계·제조업 R&D 예산 4년째 감소…산업부·중기부 실집행률↓

해당 기사는 2019-08-22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①R&D 한해 예산만 20조원인데…핵심기술은 '빈 곳간'

정부가 매년 20조원 가까이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에 쏟아붓고 있지만 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우수특허의 비율은 민간 R&D 성과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D 사업화 성공에 따른 기술료 징수액도 크게 감소해 효과적인 사업 집행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8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R&D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져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술료 징수액이 전년대비 10% 감소한 24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 연구비의 1.2% 수준이다.

또 발명진흥회의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인 'SMART지수'로 평가한 결과 국가 R&D 우수특허 비율은 5.4%로, 민간 R&D 7.9%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해외 출원(패밀리특허)된 국가 수도 평균 1.7곳로 민간 R&D 2.4곳에 비해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비롯해 주요 산업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나선 가운데 기존의 국가 R&D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결위의 지난해 국가 R&D 성과 점검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기계·제조 R&D 매년 감소…"전략적 배분 강화 필요"=예결위 보고서는 국가 R&D 분배에서 성과 예측 및 민간투자와의 역할 분담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6대 미래유망신기술 분야로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항공기술)△ET(에너지환경기술)△CT(문화기술) 등을 지정해 매년 R&D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예산은 생명 분야가 전년 대비 1236억원(4.5%) , 기초과학 654억원(5.2%), 건설·교통·안전 546억원(7.1%) 증가했다.

그러나 기계·제조·공정 분야는 최근 4년간 R&D 예산이 매년 감소했다. 2015년 1조7511억원이었던 기계·제조 분야 R&D 예산은 2016년 1조5164억원으로, 2017년 1조4330억원, 2018년 1조3849억원으로 매년 약 1000억원씩 줄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민간 역량이 성숙한 분야라 기계·제조 R&D 예산을 깎았다고 하지만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큰 타격이 우려됐다. 정부는 매년 1조원 이상 소재·부품·장비 분야 R&D 예산을 늘리겠다며 사실상 입장을 바꿨다.

정부의 신규 R&D 과제 발굴도 취약했다. 국가 R&D의 신규사업 수와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과제 단위로 보면 지난해 신규과제 수는 전년대비 14.6% 감소한 2만6894개를 기록했다. 신규과제 연구비도 4조 592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예결위 보고서는 "주력산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및 확보 차원에서 응용·개발연구에 대한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이상 유지하고 있는 미국·일본·중국의 경우도 참조해 기초와 응용·개발연구 간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보금만 2조원…"집행률과 실제 집행 실적의 간극"= 산업·자원 분야 R&D 전담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난해 결산에 따르면 총 2조1186억원의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실시간통합연구비관리시스템(RCMS) 계좌에 유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부된 연구개발비가 실제 집행되지 않은 예산의 누적치를 의미한다. 산업기술평가원이 5693억원, 산업기술진흥원 1조653억원, 에너지기술평가원 4840억원 등의 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RCMS에 유보됐다.

예결위는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 결산 심의 과정에 R&D 실집행률을 적정하게 제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회계연도 내 집행가능성을 고려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실집행 실적이 부진하고 일부 기술개발 지원 R&D 사업 출연금 회수대상 과제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포기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중기부가 관할한 R&D 사업은 12개, 8916억3700만원에 달했다. 중기부는 전액 집행으로 결산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집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원(기정원)의 결산에 따르면 R&D 예산 중 누적기준 5811억원이 실제 미집행됐다. 지난해 중기부가 기정원에 교부한 R&D 예산의 65.2%에 달하는 규모다.

중기부 측은 "수탁사업자금은 R&D 예산이 미집행된 것이 아니라 연구기간 회계연도 불일치 등으로 집행되지 못한 자금"이라며 "회계연도 내에 집행이 되지 못한 것일 뿐 연구기간 내에는 집행될 자금"이라고 해명했다.

예결위는 그러나 "실제 연구주관기관이 집행하지 않아 통합수탁계좌에 유보된 잔액이 매년말 5000∼6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결산방식은 실질적인 예산집행 현황과 성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도 지원 R&D 과제 중 중도 포기 과제가 늘었다. 2017년 회수액은 466억원, 2018년 회수액은 684억원으로 급증세다.

예결위는 "R&D 지원금 회수액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은 R&D 예산 투입 대비 사업의 성과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과제 선정시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 스핀오프 기업, 창조경제혁신센터 우수보육기업 등 시장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은 기업의 R&D 과제 선정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日 대응 예산 '눈먼돈' 될까 우려…"R&D 시스템 전면 혁신도 함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정부 여당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예산 확대 대책을 추진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예산 집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R&D에 투입된 대규모 예산이 자칫 '눈먼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과 함께 국가 R&D 시스템에 대한 혁신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핵심품목 국산화 계획 등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R&D 예산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2732억원과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될 '2조+α(알파)' 규모 예산도 결국 R&D 지원에 대거 투입될 것"이라며 "연구계와 학계의 배만 불리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국가 R&D를 집중지원, 산업 핵심분야의 국산화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등을 통해 R&D 사업비를 투입하는 등 7년간 약 7.8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 당장 이달 안에 1조6578억원 규모 R&D 사업에 예타 면제를 처리하는 것으로 R&D를 집중지원 계획을 현실화했다.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많지 않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연구개발비가 과도하게 편성돼 미집행액이 생기는 등 효율적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사후관리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18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비 미집행액은 당해연도 수입의 30%에 이를 정도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17개 부처별로 운영 중인 연구비 관리시스템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지바로'(Ezbaro)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심 '알씨엠에스'(RCMS)로 이원화해 통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비 부정집행 등을 예방해 R&D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일본 경제보복에 R&D 예산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 R&D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에서 산업 정책 등을 추진하는 제4정책조정위원장이자 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간사인 홍의락 의원은 "일본 수출규제 관련 R&D 예산을 확보하되 예전과 같이 눈먼돈처럼 뿌리면 안 될 것"이라며 "R&D 지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당정청이 조율해 곧 구체적 개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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