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베트남 엄마의 눈물,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추진

[the300]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격분, 반의사불벌죄 폐지 탄력붙을듯

해당 기사는 2019-07-0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①베트남 아내 폭행에 나경원도 격분, 반의사불벌죄 폐지 불붙나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이 체포되며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반의사불벌죄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보통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하고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베트남 사건과 같이 가정폭력의 경우 반의사불벌죄가 오히려 폭력을 방조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관련법이 '가정의 평화'를 입법목적으로 하면서 처벌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한다는 이유다.

실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 1조는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정의 평화와 안정이 우선되면서 동일한 폭력사건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가정폭력범죄는 폭력성과 위법성이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같은 거주 공간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력이 일어나기 때문에 재범의 위험성도 다른 범죄에 비해 크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의 처벌이 이뤄질 경우 보복위험, 생계유지 등을 우려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지 하루만에 용의자인 남편이 긴급체포됐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7일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남편 A씨(36)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보복범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으로 미뤄 A씨의 상습폭행이 확인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SNS 캡처) 2019.7.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 국회엔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담은 가정폭력법 개정안 3건(이태규·채이배·고용진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중이다. 지난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가정의 안정과 회복' 등 가부장적 가치에 기울어져 있던 입법 목적을 재정립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범방지와 피해자·가족구성원의 인권보호를 중심에 두도록 하는게 골자다.

아울러 가해자가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한 경우 유치장 유치 등 보다 적극적인 제재를 가능하도록 했다. 긴급임시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고 가해자에 대해 법원이 반드시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가정폭력범죄의 재발 방지 목적이다.

채 의원은 "더이상 경찰과 사법 당국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아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집 안은 물론 집 밖에서도 안전할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3월 같은 법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살인사건에서 문제점을 포착하면서다. 피해자는 경찰신고, 여섯 번의 이사, 연락처 변경 등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가해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고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가정폭력범죄의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명확히 했다. 기존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꾼다'는 문장을 삭제하고 해당법이 범죄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채이배 안'과 마찬가지로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하며 가정폭력행위자의 처벌가능성을 확대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민주당, 바른미래당 의원들 중심으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폐지 검토를 언급하는 등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현행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검토하는 등 가정폭력 관련법을 대폭 개정하겠다"며 "접근금지명령 위반 시 과태료처분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하거나 특히 자녀를 앞에 두고 벌어지는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판사 시절 가정폭력 사건을 재판했던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가정폭력에 관해 1년간 재판한적 있다"며 "무참하게, 그것도 상습적으로 매 맞고 오면서도 피해자들이 '우리 남편이 일하지 못하면 먹고살기 어렵다'면서 풀어달라고 하는 처벌불원 의사를 여러 번 봤다. 그러고 1년도 안돼 또다시 법원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1월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년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부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고 임세원 교수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가정폭력법 외에도 국회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법들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故 임세원 교수가 조울증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등 의료인 폭행 문제에서 촉발된 의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관련법 개정안에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폭행·협박한 사람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 의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는 향후 가해자의 보복을 우려한 나머지 확실한 처벌의사를 밝히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 외에도 박인숙·윤일규·이명수 의원 등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 4월5일 본회의서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 반의사불벌죄는 포함되지 못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일삼는 사용자에 대해서도 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2016년 기준으로 임금체불 근로자 수는 32만명, 임금체불액은 1조4000억원 이상"이라며 "반면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사법처리 비율은 10%미만으로 나타난다.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임금체불 문제를 엄정히 다뤄야한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개정안에 체불 임금 등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사업주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벌칙을 적용할 때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한-베트남 치안총수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7.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②반의사불벌죄가 가족 지킨다고?…미국·일본에선 사라졌다

'반의사불벌죄'.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면제'되는 '죄'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생긴 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반의사불벌죄가 협박이나 회유 등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낳는 사례가 많다.

예전엔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었다. 가정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가족끼린 그럴 수 있다', '가족끼리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사회 분위기가 법에 담겼다.

한국 사회 특유의 가부장·남성중심적 가족 구조탓에 가정 폭력이 정당화돼 왔다.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고도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는 남편 사례처럼 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대응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장 경찰 2명 중 1명은 피해자 의사 확인 과정 가운데 가정폭력 사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들은 가정폭력 사건을 처리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피해자가 소극적이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55.8%·복수응답)를 꼽았다.

반의사불벌죄 개념은 대한민국 형법에 나온다. 66년 전인 1953년에 생긴 조항이다. 그보다 13년 전인 1940년 3월 나온 일본 개정 형법 가안의 영향을 받았다. 정작 일본은 1961년 개정형법 초안에서 반의사불벌죄를 규정하지 않았다. 일본에선 사라진 개념이 됐다.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했던 미국도 반의사불벌죄를 배제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 협박·회유하는 경우가 늘면서다.

결국 미국은 '체포우선주의'를 적용하고 강제 기소 정책을 도입했다. 가정폭력 현장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즉시 체포할 수 있다. 피해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가해자를 강제로 기소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북미 대륙은 '가족'이 가장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정 내부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치밀하고 가장 잔인한 것으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는 전세계가 없애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허 조사관은 "반의사불벌죄는 가해자가 스스로 기소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검사에게 기소권이 넘어가면 가해자의 협박이 불가능해지고 처벌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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