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동물국회 오명 씻자' 발품파는 비서실장

[the300]정재흥 국회사무총장 비서실장

“시키는 일만 하면 재미없죠. 하고 싶어서, 너무나 재미있어서 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물국회’라는 오명까지 얻으며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여의도 1번지 국회에서 자신의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국회 직원이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의 비서실장으로 국회에 영입된 정재흥 실장이다.

정 실장이 국회에서 찾는 재미는 다름아닌 ‘혁신’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 총장이 주도하는 국회 혁신을 보좌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고, 직간접적으로 실행을 챙기고, 물밑에서 발품을 파는게 재미있다고 한다. 정무직이지만 다른 겸업은 전혀 하지 않고 유 총장을 보좌해 국회를 변화시키는 일에만 몰두하는게 재미있단다.

문 의장과 유 총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인사·예산·조직 등 국회 운영 전반의 혁신에 나섰다. 혁신자문위원회를 발족했고 △특수활동비 폐지 △정보공개청구 제도 개선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정책연구용역 관리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정 실장은 “기존의 관행을 개선하고 기득권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국회와 입법지원기관들이 정보공개와 연구물 공유 등을 확대하는 혁신 작업을 진척시키기 위해 직접 관련 실무자들부터 사무처 직원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까지 만나며 혁신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했다. 국회가 선제적으로 나서 정보공개를 확대하면 ‘투명한 국회, 신뢰받는 국회’를 만드는데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 실장은 “국회의 전통과 관례도 있고 각자의 이해관계도 있어 작은 변화라도 쉽지는 않다”면서도 “계속 소통하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해 혁신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학창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졸업 후에는 국회의원이었던 유 총장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정 실장은 서울대 사회학과 79학번으로 10년 차이가 더 나지만 유 총장의 과 후배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능력이 많던 정 실장은 대우그룹에서도 일했다. 1996년부터 3년 정도 대우의 마지막 불꽃을 함께 했다. 대우를 나와서는 감정평가사에 도전해 자격증을 얻었고 나라감정평가법인 등에서 일했다. 

정 실장은 감정평가협회에서 정책연구이사로 활동하며 업계가 고민하던 정책과 제도의 혁신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업계 내부의 활발한 의견 교환을 중재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으로 변화가 필요했는데 인적네트워크 구성, 대외환경 개선 등의 혁신 작업을 주도했다.

정 실장은 국회 혁신이 결국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불식시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정치제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20대 국회가 내년 총선까지 10개월도 남지 않았고, 의원들이 총선 준비에 더 관심이 많을 시기이시지만 혁신의 씨앗들을 부지런히 뿌리겠다고 했다.

정 실장은 동물국회와 같은 정치혐오를 없애기 위해 국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물론 변화된 국회를 국민들에게 잘 알리는 것에도 애쓴다. 최근 국회의 상임위원회 공보담당관제도 운용 등 홍보기능 강화가 일선에서 잘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관계자들과 함께 추가적인 실행 혁신을 모색 중이다.

따지고 보면 정 실장이 반드시 해야 하는 임무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시키는 일만 하면 재미없지 않냐”며 “문 의장과 유 총장이 바라는 일하는 국회와 투명한 국회를 만들고, 정치혐오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국회 혁신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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