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수난시대…구겨지고, 뒤집히고, 흐릿하고

[the300]文대통령 탑승할 공군 1호기에 뒤집혀 있던 태극기…공군 “실수인정”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9.04.16 18:17
7박 8일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이날 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의 태극기가 뒤집혀 있다가 출발 전 정상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의 국가 상징인 태극기가 수난을 겪고 있다. 정부 고위급 인사가 주최하거나 초청받아 참석한 국내외 외교 행사에서 연일 태극기 논란이다. 

16일에는 ‘뒤집힌 태극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는 처음에 태극기가 거꾸로 꽂혀 있었고, 이후 정상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이날 오후 12시37분 찍은 사진에 따르면 태극기는 빨강색이 아래에, 파란색이 위로 뒤집힌 채 봉황기 옆에서 펄럭였다. 오후 1시 1분 문 대통령 내외가 1호기에 탑승할 때는 태극기가 제대로 위치를 잡았다.

공군 측도 실수를 인정했다. 공군 관계자는 “준비 과정에서 현장 요원의 실수가 있었다. 이런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환송행사 전 태극기에 이물질이 묻은 것을 발견한 대한항공 실무자가 새 태극기로 교체했다”며 “이 과정에서 착오로 태극기를 거꾸로 걸었다가 이를 인지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걸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군 1호기는 정상적으로 태극기를 걸고 이륙했다. 운항은 대한항공이 책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관리 책임은 공군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한-스페인 전략대화가 열리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양자회의실 태극기가 구겨져 있다. 2019.04.04. dadazon@newsis.com
태극기와 관련한 의전 실수는 지난 4일에도 있었다.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 자리에서다. 당시 태극기는 스페인 국기와 함께 행사장 한켠에 나란히 세워졌다. 스페인 국기는 이상이 없었지만 태극기는 심하게 구겨진 상태였다.

외교부 직원들이 손으로 펴려고 했지만 주름진 상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태극기를 교체하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두 국기를 배경으로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의 기념사진을 찍었고, 전략대화도 구겨진 태극기 앞에서 했다.

이번 전략대화는 2020년 수교 70주년을 앞둔 한-스페인 양국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뜻 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구겨진 태극기’ 문제로 인해 그 의미가 반감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외교부는 최근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로 표기하는 등 잦은 외교실수로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태극기 논란까지 더해지자 행사 나흘 만인 지난 7일 담당 과장을 보직해임하는 것으로 사건을 진화했다.

【메릴랜드(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2019.04.10. pak7130@newsis.com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에도 태극기 논란이 일었다. 이번엔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 측의 ‘색 바랜 태극기’ 문제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5시36분경 미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 의장대는 문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기 위해 미국 성조기와 태극기를 각각 들고 도열했다.

그런데 의장대가 들고 있는 태극기 속 태극문양은 파란색이 아니라 옅은 하늘색에 가까웠다. 성조기의 파란색과 확연히 대비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태극기는 우리 측에서 준비한 것이 아니라 방문국인 미측에서 준비했다.

외교부는 주미대사관 등을 통해 미측에 해당 태극기의 교체를 요청했고 미국 정부는 해당 태극기를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측은 현장에서 우리 국기 규정과 다소 다른 점을 발견하고 이를 미측에 알렸다"며 "이에 대해 미측은 향후 사용하는 태극기를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일련의 태극기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태극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특별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보다 세심히 태극기 등 국가상징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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