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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현장에서 엄수된 故 박준경씨의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제철거에 반발해 한강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준경씨의 영결식은 철거민 측과 재개발 조합이 수습대책 등에 합의하면서 40일만에 치뤄졌다. / 사진제공=뉴스1 |
재건축을 둘러싼 사업 주체와 상가 임차인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 대상 지역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서울 방배6구역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1111세대의 고층 아파트 16개동을 새로 짓는 재건축 사업으로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다.
해당 사업은 2005년 서울시로부터 주택 재건축 예비정비지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재개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2006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 고시 △2015년 방배6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설립 등 후속 조치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2017년 서울시가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면서 착공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는 점포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사업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해당 지역에는 주택과 상가 건물 등 250개 건물이 위치한다. 장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가 건물만 50여개동에 이른다. 이 곳에 일하는 근로자도 1200여명에 달한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제 2의 용산 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갈등은 소송으로 비화됐다.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6월 점포 임차인 10명을 상대로 점포를 포기하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근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 81조 제1항'이다.
같은 법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 및 고시되면 임차인의 점포 사용권과 수익권이 정지된다. 소유주 및 사업 시행자가 그 권리를 갖는다. 조합은 현행법상 재개발이 아닌 재건축은 손실보상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유보적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방법원은 재판 진행 중 법이 근본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재건축 사업 시 임차권자가 영업손실을 보는데 이에 대한 보상규정이 없는 것은 비례원칙에 어긋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평등원칙도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재개발과 동일하게 재건축 추진 결정을 임차인이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재건축 지역의 임차인만 보상을 못 받는 것은 논리적 결함이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재개발과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정비 기반 시설의 불량 여부에 따라 구별된다"며 "이는 그 건물 등에서 영업을 하던 임차인 보호 여부와 논리 필연적 관련이 없다"고 해석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공감한 국회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임차인의 엽업 손실 등을 사업 시행자가 보상한다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 없이도 재건축 지역 임차인 보호가 가능해진다.
법적 토대가 마련되면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도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말 16개 부처 합동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재건축 시 우선입주권 및 퇴거보상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이라며 "상대적 약자인 상가 임차인과 골목상권을 지키고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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