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2019-01-29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선거구제를 포함한 정치개혁논의에 착수한지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이번에 선거법이 개정되면 바로 오는 2020년 총선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제가 바뀐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020년 총선풍경을 '스포일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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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의 단골메뉴중 하나가 ‘중대선거구제’다.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유권자는 가장 선호하는 후보에게 1표를 주고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했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친숙하다. 지난 1973년부터 1987년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지역구 의원은 선출했다. 당시에는 선거구당 2명을 뽑았다. 현재도 기초의원선거에서 2인에서 4인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 중이다.
◇비례성은 높이고 지역갈등은 완화하고=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은 비례성을 다소 높여주고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제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선거구 크기가 늘어날수록 비례성은 높아진다.
의원을 4명 뽑는 큰 선거구에선 10% 내외의 득표율로 원내 진입이 가능하다. 소수정당에도 지역구 당선 가능성이 열린다. 다만 선거구 크기가 작을 경우 역시 양대 정당에 의해 나눠 먹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대선거구제는 지역주의 완화라는 관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면 대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광주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될 수 있다.
지역주의 극복이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명제 중 하나였기에 중대선거구제는 잊힐 만 하면 선거제도 개혁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국에 지역갈등을 만들어낸다=하지만 중대선거구제가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단점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소지역주의다. 여러 행정구역이 묶인 선거구 내에서 각각의 지역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영호남의 갈등을 뜻하는 지역주의와는 다소 다르다. 그렇지만 한 선거구 내에서 후보자의 출신지역에 따라 지지집단이 나뉜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다.
정당과 후보자에게 소지역주의는 가장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다. 중대선거구제에선 한 정당이 여러 후보를 내보낼 수 있다. 그래서 정당 입장에선 표의 효율적 분배가 중요하다.
최적의 배분에 실패하면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더 적은 당선자를 낼 수 있다. 지지율이 선두에 있는 정당의 관점에서 가장 손쉬운 전략은 소지역주의의 활용이다. 선거구를 여러 지역으로 쪼갠 후 각각의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면 의석을 손쉽게 극대화할 수 있다.
후보자 입장에서도 소지역주의는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다. 선거구 내의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 방법보다 당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확실한 표를 얻는 선거운동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선거운동은 지역 간의 감정을 조장하거나 특정 지역에 예산 배분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물과 파벌 강화하고 정치 시계는 거꾸로=중대선거구제는 인물 중심의 선거가 정당 중심의 선거를 대체한다. 정당의 중복 입후보가 가능해지면서 정책 대결이 사라진다. 선거는 자연스럽게 인물 중심으로 흘러간다. 정당 공천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정당의 역할이 축소된다.
정책 대결이 사라진 자리는 지역발전 논리가 채운다. 어차피 똑같은 당 후보를 찍는다면 자신의 지역에 도로나 체육관을 지어주는 의원에게 표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국가 전체의 문제보다 지역구 현안에 더 집중한다.
인물 중심의 선거는 당 내부에 파벌을 형성한다. 같은 당 후보들과 경쟁하고 당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동원하기 위해선 당내에서 후원자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파벌 보스와 소속 의원의 수직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어느 정당도 하나의 이념과 목표로 모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 내부에 파벌이 득세하면 이념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파벌간의 소모적 대립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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