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와 독립군이…" 애드립에 깜짝, 文의 역사외교

[the300][지구 한 바퀴 순방 결산]④3개국 돌며 '역사덕후' 인증

오클랜드(뉴질랜드)=최경민 기자 | 입력 : 2018.12.03 17:01

'역사 덕후'. 역사 콘텐츠 마니아를 뜻하는 이 말은, '등산왕'과 함께 자연인 문재인을 가장 잘 수식하는 말이다. 문 대통령의 어린시절 꿈이 역사교사였다. 이런 면모는 이번 5박8일 지구 한 바퀴 순방에서 잘 드러났다. 해박한 역사적 지식을 외교 현장에 활용했다.

이번 순방의 첫 목적지였던 체코 프라하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진행된 동포 간담회에서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15분 가까이 한 것이다. 간략하게 교민들을 독려하는 수준의 모두발언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체코는 우리 독립운동과도 아주 깊은 인연이 있다"며 "1919년, 극동지역에서 볼셰비키 군과 전투 중에 있던 체코슬로바키아 당시 망명정부 군대가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들과 여러 차례 교류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을 마치고 체코 군대가 체코로 돌아갈 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우리나라 독립군에게 매도를 해줬다"며 "한국 독립군이 체코 군대로부터 매입한 그 무기가 사용돼서 우리가 크게 이긴 것이 바로 청산리대첩"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록이 청산리전투에 참여했던 이범석 장군의 회고록 ‘우둥불’에 써져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은 당초 준비했던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어서 스태프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문 대통령 본인이 알고 있던 내용을 교민들에게 역사 강의를 하듯 설명한 것이다. 한-체코 관계의 잠재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역사'적 접근을 했다.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위해 찾은 아르헨티나지만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곳은 국립역사기념공원이었다. 군부독재 시절(1976~1983년 무렵)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문 대통령은 현지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하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하나',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독재에 시달렸던 아르헨티나의 적폐청산 현황을 체크한 것이다. 취임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 및 재조사에 힘을 줘 온 문 대통령이다. 현지의 역사 바로세우기 현황을 전하는 방식으로 향후 흔들림없는 적폐청산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질문 세례를 받았던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은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다"며 "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3일 팻시 레디 총독과의 국빈오찬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나라가 뉴질랜드"라며 "뉴질랜드 여성들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행복하고 조화롭게 사회를 이끌고 있다. 원주민과 서로를 포용해 사회통합도 이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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