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넘어간 공…김정은 서울 답방 변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여부에는 북미 협상 진행 속도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미가 간극을 좁힌 단계면 서울 답방에 대한 필요가 적어지겠지만 교착 국면이 여전하다면 서울 답방을 북미 협상 촉진 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北, 북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성과 없어 회의적일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후 귀국길 에어포스원에서 "김정은과의 다음 만남은 아마도 1월이나 2월에 있을 것 같다"며 정상회담 장소로 "3곳이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시점을 "1월 1일 이후 얼마 안 돼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해 좀 더 넓은 범위로 시기를 언급하긴 했으나, 북미가 회담을 준비 중에 있다는 걸 트럼프가 직접 다시 확인한 것이다.

북미 협상이 6.12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발언이 북미 협상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굳이 연내에 하기보다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들이 이뤄져야 남북도 진전된 4차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 상징적 회담에 그칠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을 북측이 굳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단 관측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 한국 정부가 북측에 12월 중 김정은 위원장 방남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이 같은 이유로 연내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17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7주기라 물리적으로 준비 기간이 빠듯할 수 있다는 점도 ‘연내 방남’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통상 북한은 김정일 기일 전엔 특별한 외교 일정을 잡지 않아 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 답방을 하면 실질적 성과나 의미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북미가 고위급회담 일정 등을 이달 중 가시화하는 상황이면 이 사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무리한 일정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美서 성과 못 얻은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타개?…연내 방남 가능성 배제 못 해

반면 북미간 협상 속도가 사실상 답보에 머문 채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마저 확정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진다면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2018년에 대한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 등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뚜렷한 성과가 없다.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을 연내 남북 정상회담으로 갈음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달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를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미국이 줄 상응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등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재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오는 17일 이후인 연말께 서울 답방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전날 한 출판기념회에서 북미 간 협상 진전을 위해 김 위원장의 방남이 실현되고, 이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그들(북미)끼리 타협 보라고 하면 타협점이 안 나와 문 대통령이 약속대로 김 위원장을 불러서 설득해야 한다"며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조금은 들어주는 모양새만 취해주면 이걸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금 움직이게 해 북미 정상회담이 되도록 하는 식으로 하는 역할을 (문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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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北 성과없는 남북회담 사양 vs 文에 중재 요구·비핵화 의지 밝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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