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남북 철도연결, 최대 관건은 결국 ‘비핵화’

[the300]연내 착공식은 가능, 본격 공사에는 또다시 유엔·미국 승인 필요

최태범 기자 | 입력 : 2018.11.25 15:57

대북제재에 가로막혀 있던 남북철도 현지 공동조사가 최근 유엔과 미국으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을 받으면서 ‘남북 철길 연결’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됐다. 이번 주부터 북측 지역의 공동조사를 거쳐 연내 착공식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본격적인 공사를 위해서는 또다시 유엔과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남북경협이 비핵화 진전과 맞물려 있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남북 철도연결은 착공식 수준의 상징적 행사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주 북측과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일정협의에 나서는 한편 유엔군사령부에 인원·물자 방북을 위한 군사분계선 통과 허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지난 8월 경의선 북측구간 철도에 대한 현지공동조사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유엔사가 조사에 필요한 유류 등 각종 물품의 대북 반출에 반대해 무산됐다.

사실상 미군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유엔사는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앞서나가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남북협력 사업으로 비핵화 대화를 견인하겠다고 지속 설득하며 미측에 제재 면제를 요청해왔다.

정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를 통해 철도 공동조사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미측의 지지를 얻어냈고 이후 유엔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북한지역 철도 공동조사의 대북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특히 안보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독자 제재에서도 예외 인정을 받았다. 유엔과 미국이 제재 면제를 인정한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재 면제로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은 연내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착공식의 경우 물자나 자금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유엔이나 미국의 추가 승인은 불필요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양선언에 담긴 착공식도 연내 가능할 것"이라며 "비핵화와 함께 속도를 낸다면 당장 2022년에 경의선을 타고 신의주까지 가서 단동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北 응답할까= 남북 철도연결이 성공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결국 비핵화다. 착공식 이후 본격적인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대북제재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 된다. 이번 제재면제는 철도 공동조사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미국은 ‘비핵화 속도를 남북관계가 앞서가면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겠다는 미국의 이례적인 제재면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뚜렷한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철도연결 등 남북경협 사업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도 미국의 유화적인 제스처를 그냥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시적인 제재면제가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대북제재 해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달 초 한 차례 무산된 북미 고위급회담이 오는 27~28일 중 미국 뉴욕에서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진전과 함께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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